2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난 국내 주요 연구기관장들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글로벌 하방리스크 확대 속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금융회사들의 손실흡수능력 확대와 취약계층 금융안전망 확충 등 대내외 리스크요인에 걸맞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간담회에 참석한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금융회사의 대출자산 증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확대로 이자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금리 상승과 공급망 경색 등에 따른 경기둔화 위험으로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면서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채무재조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도 최근 국내 주식시장 급락 배경에 대해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을 꼽았다. 신 원장은 "6월 현재 코스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채권과 외환시장에서도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 우려 속 보험업계 위기론이 잇따라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역시 물가 급등과 금리 상승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변액보험과 같은 투자형 보험상품의 수요가 감소하고 경기둔화에 따른 장기보험 계약해지 등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면서 "금리상승으로 보험회사 보유 장기채권의 평가손실이 확대되고 물가상승에 따라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등 보험금 지급액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문중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은 "코로나 여파 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국가별 통화긴축 정책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차 사장은 이어 "대내적으로는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부담 증가와 대외적으로는 신흥국 리스크, 자본유출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역시 "올 하반기 주식과 외환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부동산 역시 가격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거시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산·외환시장 안정성 확보 △민간 신용리스크 관리 강화 △자영업자·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안전망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현재 감독당국은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보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강화와 복원력 제고에 대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기존 시각이나 감독수단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잠재리스크에 대해 감독당국이 모든 노력을 다하겠지만 연구기관장들도 수시로 조언해주면 감독업무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