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잡는 데 수년 걸릴 것"…연준 '지뢰밭' 걷나
2022-06-20 18:00
인플레 잡으려면 "몇 년 걸릴 듯"…7월 75bp 인상 지지↑
"연준, 지뢰밭 헤쳐 나가긴 글렀다"
바이든 행정부는 비관론 진화 나서
"연준, 지뢰밭 헤쳐 나가긴 글렀다"
바이든 행정부는 비관론 진화 나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연준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등 연준이 지뢰밭을 헤쳐 나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준 비둘기파들마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75bp(1bp=0.01%포인트)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란 비관론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자,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연일 TV 방송에 나와 “경기둔화는 발생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는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의 의구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인플레 잡으려면 “몇 년 걸릴 듯”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9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침체의 위험이 부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즉각적으로 2%까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몇 년이 걸리겠지만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스터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월간 데이터에서 보길 원한다며 “이 같은 불확실한 시기에는 정말 민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주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75bp 올렸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연내 금리를 3.4%, 내년 말까지 3.8%로 올릴 계획이다. 이는 3월 전망치인 1.9%와 2.8%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결정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7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75bp나 50bp가량 올릴 것이라고 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75bp 인상은 “이례적”이라고 했지만, 연준 비둘기파마저도 7월 회의에서 75bp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총재는 지난주 댈러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그의 예상처럼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완화하지 않는다면 7월 회의에서 75bp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은 물가를 통제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고 했다.
연준, 지뢰밭 헤쳐 나가긴 글렀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LPL 파이낸셜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CNBC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확대하고 있고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며 “이게(인플레이션이) 오는 것을 왜 못 봤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는 작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연준은 지난 3월 긴축통화정책으로 선회하기 전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결국 연준은 빅스텝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까지 밟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CNBC는 75bp 인상이 점증주의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연준의 긴축 이후 채권 시장의 금리가 치솟은 것과 비교했을 때 정책 금리는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17일 기준으로 3.17%로, 1월 2일(0.7341%) 대비 2.4%포인트가 넘게 올랐다.
텅스텐 등을 채굴하는 글로벌 기업인 알몬티 인더스트리즈의 CEO인 루이스 블랙은 “연준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며 스페인, 포르투갈, 한국의 텅스텐 광산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들 나라의 많은 사람은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을 받았으며, 조만간 주거 비용과 생활비가 급격하게 치솟을 것이란 분석이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에 가까운 착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크다.
클라이언트퍼스트 스트래티지의 대표인 미첼 골드버그는 “연준이 연착륙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비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44%로 예측했다. 이는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5년 중반 이래 보기 힘들었던 높은 수준으로, 하물며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했던 2007년 12월에도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38% 수준으로 봤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들이 지난 4월에는 경기침체 확률을 28%, 1월에는 18%로 봤던 점을 고려하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빠르게 커졌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한 후인 6월 16~17일 양일간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약 3.3%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50bp 인상이 최소 3번 더 단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컨설팅 회사인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렉 다코는 “미국 경제가 앞으로 몇 달간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여름 동안 여가, 여행 등에 자유롭게 지출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치솟는 이자율 및 폭락하는 주가로 인해 소비력이 약화되고 주택 활동이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며, 기업은 사업 투자와 고용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실업률도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실업률이 5월 3.6%에서 2023년 말에는 4.2%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5.5%를 기록하며 1984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행복회로 돌리기? 비관론 진화 나서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TV 방송에 연일 출연하면서 비관론 진화에 나섰다. 재닛 옐런 장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경기침체는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그는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 강세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면서 “그것은 기술과 운이 필요하지만,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은 소비자 지출이 월간 변동성을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소비자, 심지어 저소득 가구도 지출을 유지할 수 있는 완충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소비지출의 하락이 앞으로 몇 달간 경기침체의 원인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 속도가 더뎌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글로벌 발전과 관련해 많은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봉쇄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역시 CBS 방송에서 나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은 전환기이며 최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경제 전반에 걸친 대화를 나눴다”며 “그들은 전환을 탐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 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처방약이나 전기세나 난방비 등 유틸리티 비용을 낮추기 위한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일은 의회와 협력해 가계들이 직면하고 있는 비용을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