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무지개 언덕 혈투

2022-06-17 07:00
KGA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R
1년 만에 돌아온 레인보우 힐스
첫날 3명 기권, 지난해 15명 기권
박민지 66타로 첫날 단독 선두
강예린·함정우 부부 동반 우승 노려

미소를 보이는 박민지. [사진=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대회 조직위]

지난해(2021년) 레인보우 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에서는 15명이 기권을 선언했다.

코스의 고저차가 심하고,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내셔널 타이틀을 두고 박민지와 박현경이 진검승부를 펼쳤다. 4라운드 18번 홀 박민지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무지개 언덕(레인보우 힐스)에서 홀로 지은 승자의 미소다.


◆ 제2차 무지개 언덕 혈투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6월 16일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이 개최됐다. 2021년과 마찬가지로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한다.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AGLF)의 레이디스아시안투어(LAT) 시리즈이기도 하다. 총상금은 12억원, 우승 상금은 3억원이다.

제2차 무지개 언덕 혈투다. 방어전에 오른 박민지 등 132명(국가대표 6명 등)이 혈투에 뛰어들었다.

코스 레이팅은 79.6이다. 이븐파를 때리는 사람이 이 코스에 오면 80타를 때린다는 의미가 된다. 무지개 언덕은 여전히 선수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1라운드 깃대 위치는 좌·우에서 4~14m, 그린 스피드는 3.2m, 페어웨이 폭은 20~25m, A러프 30㎜, B러프 65㎜로 설정됐다.
 

홀인원을 기록한 윤이나. [사진=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대회 조직위]

◆ 시작은 낭보, 이후 물밀듯 비보

이른 아침 선수들이 출발했다. 10번 홀(파5) 섹튜플 보기(+6)를 범한 윤이나가 11번 홀(파3) 홀인원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고급 의료기기가 걸려 있었다.

시작은 낭보다. 그러나 이후 비보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허리가 좋지 않은 이다연이 기권을 선언했다. 올해 첫 번째 이탈자다.

이어서 버디 1개, 보기 4개, 더블 보기 1개로 77타(5오버파)를 때린 정슬기가 라운드 종료 후 기권을 선언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황예나는 황당한 경우다. 인 코스(10번 홀)로 출발한 그는 13번 홀(파4) 트리플 보기를 적었다. 첫 번째 티샷으로 사용한 공은 우측 깊은 러프로 들어가 버렸고, 두 번째 공은 해저드에 빠졌다. 대회를 위해 준비한 6개 공 중 남은 공은 4개. 18번 홀(파4) 첫 번째 공도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2개를 더 잃어버렸다.

단 한 개의 공만 남자, 황예나는 기권을 선언했다.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선수가 경기 중 공이 떨어지면 같은 상표 공을 사용할 수 있다. 빌리거나 구매하거나 방법은 다양하다. 단, 경기 지연을 유발할 때 벌타가 따른다.

◆ 부부 동반 우승 꿈꾸는 강예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함정우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인 강예린은 지난 3월 화촉을 밝힌 '부부 골퍼'다.

함정우는 같은 날 강원 춘천시 남춘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우승 상금 2억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낚으며 64타(8언더파)를 적어냈다. 143명의 선수를 제치고 순위표 맨 윗줄을 차지했다.

남편이 코리안 투어 대회에서 선두에 오르자, 아내가 한국여자오픈에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아웃 코스(1번 홀)로 출발한 강예린은 3·4번 홀에 이어 10~12번 홀 버디 쇼를 펼쳤다. 15번 홀(파4) 보기를 범했지만, 17번 홀(파3) 버디로 만회했다.

부부는 잠시 순위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리며 동반 우승을 꿈꿨다. 

함정우는 "대회장도 달라서 서로 많이 못 본다. 아내와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다. 돈 많이 벌어오자, 퍼트 잘하자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번 주도 서로 잘하고 오자고 했다"고 말했다.

라운드 종료 후 강예린은 "4라운드까지 치고 일요일 춘천에서 만나자고 했다. 3·4라운드를 뛰지 못하면 상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부부를 하지 말자고 했다"며 "후원사 대회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티샷 중인 강예린. [사진=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대회 조직위]

◆ 입가 올리고 있는 박민지

무지개 언덕의 주인공 박민지가 67타를 때린 강예린 등 11명을 끌어 내리고 순위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렸다. 버디 8개(3~5·9·13~15·18번 홀), 보기 2개(2·7번 홀)로 66타(6언더파)를 적어냈다. 

투어 통산 12승, 메이저 1승을 보유한 박민지가 통산 13승이자, 시즌 3번째 우승을 내셔널 타이틀로 장식하려 한다. 시즌 3번째 타이틀 방어가 되기도 한다.

라운드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 방문한 박민지는 입가를 올리고 있었다. 웃을 준비를 마쳤다는 표정으로다. 

박민지는 "두 번째 홀을 보기로 시작했다. 그 홀을 제외하고는 퍼터를 잡을 정도로 샷이 잘 됐다. 수월했다. 기회가 온 퍼트를 놓치지 않았다. 감사한 라운드였다. 흐름을 계속 타다 보니까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민지는 "지난주 우승하고 오후 11시에 집에 도착했다. 하루 쉬고 시합장으로 왔다.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연습 라운드도 하지 않고, 연습만 했다. 오늘도 힘들다. 샷감이나 퍼트감이 굉장히 좋다. 좋은 상태로 이어오고 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도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2021년 혈투를 떠올린 박민지는 "올해는 러프가 지난해보다 짧다. 그린도 느리다. 깃대로 보내면 (공이) 도망가지 않는다. 마음 편하게 플레이했다. 2021년 실수했던 홀(16번 홀)이 생각났다. 그쪽과 먼 곳을 보고 쳤다. 좋은 기억만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박민지의 목표는 20승이다. 어떤 투어든 상관없다. 이제 8승이 남았다. 이에 대해 박민지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 달성하고 나서도 골프를 할 수 있다면 새로운 목표를 세우겠다. 머리가 아파서 다른 목표는 세우지 못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 씨가 '계획은 없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대표 6명 중에서는 방신실이 공동 13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위치했다.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3개로 68타(4언더파)를 적어냈다. 임지유는 70타(2언더파) 공동 33위, 박예지·이동은·이정현은 71타(1언더파) 공동 48위, 황유민은 72타(이븐파)로 라운드를 마쳤다.

한국을 방문한 태국 아마추어 선수 중에서는 나타끄리타 웡타위랍이 71타(1언더파) 공동 48위에 위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