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55조 회사채 만기 폭탄…중국 부동산기업 디폴트 경고음

2022-06-15 15:42
부동산 경기 침체 속 '디폴트 도미노' 우려
부양조치 '우르르'…하반기 수요 회복될까
업계 지각변동…'톱3'로 돌아온 '바오리'

중국 베이징시 퉁저우에서 한 여성이 어린이를 삼륜차에 싣고 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올 여름에만 중국 부동산 업계가 갚아야 하는 회사채 만기 규모가 55조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주택 수요는 좀처럼 부진하고 부동산 업계 돈줄도 말라 부동산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고 중국 증권일보는 14일 보도했다. 
 
55조 회사채 만기 '폭탄'···부동산 경기 침체 속 '디폴트 도미노' 우려
중국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커얼루이(克而瑞)에 따르면 이달 중국 부동산 기업 회사채 44건이 만기가 도래한다. 모두 합치면 639억 위안(약 12조2000억원)어치로, 전달 대비 68.6%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중국 부동산기업 신리(新力)홀딩스는 얼마 전 선순위 어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이미 디폴트 처리된 상황이다. 

6월 부동산 기업의 채권 만기 물량은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7~8월 중국 부동산 업계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는 각각 1214억8000만, 1011억7000만 위안에 달한다. 올 한 해 부동산업계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 9500억 위안(약 182조4000억원)어치 중 3분의 1이 6~8월에 집중된 셈이다. 

옌웨진 중국 이쥐부동산연구원 연구총감은 증권일보에 "적지 않은 부동산 기업들이 현재 채권자와 만기일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협상 중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수이 중국지수연구원 기업사업부 연구책임자는 "주택 판매 수요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부동산 기업의 자금 조달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부동산 기업 디폴트가 줄줄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최근 중국 부동산 업계에는 돈줄이 말라 채권을 새로 발행해 기존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는 '돌려막기'도 힘들어졌다. 지난해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의 디폴트 사태로 중국 부동산 기업의 역외 채권 시장은 얼어붙었다. 올 들어 5월까지 중국 부동산 기업의 역외 채권 발행 건수는 사실상 '제로(0)'다. 

중국 부동산 규제 정책에 따라 역내 채권 발행도 부진하다. 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1~5월 중국 부동산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은 3344억7000만 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줄었다.  

옌웨진 연구총감은 "현재 부동산기업의 채권 발행 상황으로 볼 때 회사채 상환 압력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퉁처(同策)연구원은 "중국 36개 민영 부동산 기업의 향후 6~12개월 이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살펴본 결과, 올해 이들이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60% 기업은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 잔액이 전년도 수준을 웃돌며, 특히 이 중 20%는 전년도의 2~5배 달하는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부동산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단 얘기다. 

퉁처연구원은 현재로선 아파트 주택 판매로 자금을 회수해 회사채를 상환하는 길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주택 수요가 침체돼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5월 신규 주택 판매 금액은 4546억 위안(약 84조5000억원)으로 작년 5월보다 59.4% 줄었다. 월간 주택판매액 감소율은 지난 1월 39.6%, 2월 47.2%, 3월 58.0%, 4월 58.6%로 계속 악화하고 있다.
 
부동산 부양조치 '우르르'···하반기 수요 회복될까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25~30%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중국 증권매체 증권지성에 따르면 부동산과 건설업계 종사자만 7072만명으로, 중국 인구의 약 19분의1이다. 그런데 중국의 코로나 봉쇄, 부채 단속 등 부동산 규제 강화 조치로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돼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을 키웠다.  

이에 올 들어 중국 정부도 다시금 규제를 풀고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위안 부동산 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 13일까지 60개 도시에서 내놓은 부동산 부양조치만 70여개다. 지난달에도 100여개 도시에서 부동산 시장 대책을 내놓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주택 구매제한령 완화, 보조금 지급, 대출한도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부동산 부양 기조 속 민영 부동산기업의 채권 발행에도 차츰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 당국은 일부 재정 상태가 양호한 민간 부동산 기업에 대해 시범적으로 역내 위안화 채권 발행을 허용했다. 비자위안(碧桂園), 룽후(龍湖), 메이디즈예(美的置業)가 그 첫째 시범 대상이었다. 

다만 부동산 경기 불씨를 되살리는 데는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는 만큼, 하반기는 돼야 부양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부동산 데이터 연구센터 주거자오팡(諸葛找房)의 관룽쉐 애널리스트는 증권일보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이 시장 수요를 진작시키는 데까지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의 빈번한 재확산세로 주민들의 주택 구매 의향이 비교적 낮아 부동산 기업 자금 회수 압력은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천원징 중국지수연구원 사업부 시장연구총감은 "하반기나 돼야 부동산 시장이 차츰 회복돼 시장 자신감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업계 지각변동도···'톱3'로 돌아온 '바오리'
한편,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중국 부동산기업 매출 순위에도 변동이 생겼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부동산 기업 매출 '톱3'는 비자위안(2012억 위안), 완커(1681억 위안), 바오리(1592억 위안)였다.

특히 국유 부동산기업 바오리가 매출 3위에 이름을 올린 건 2012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와 룽촹이 모두 디폴트 위기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데 따른 결과다.

중국 광다증권은 "그동안 중국에서 준(準) 금융업 성격을 띠었던 부동산업이 준 제조업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업계가 고(高) 레버리지로 돈을 벌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비용 통제 능력, 자금 회수 능력이 부동산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국유 부동산기업인 바오리가 향후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