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골프 전통 깬 LIV 골프

2022-06-15 07:00

LIV 골프가 설치한 '미래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조형물 앞에서 갤러리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LIV 골프]

사우디아라비아 골프 리그라 불리던 LIV 골프가 2년에 걸친 담금질을 마치고 영국 런던에서 첫선을 보였다.

LIV는 로마 숫자로 54다. 전통 남자 골프인 나흘(72홀)이 아닌 사흘(54홀) 일정을 뜻한다.

방식은 샷건(각 홀 출발) 스트로크 플레이다. 54홀 이후 개인 우승자와 우승팀을 선정한다. 우승자에게는 400만 달러(약 51억원), 우승팀에는 300만 달러(약 38억원)를 준다. 남아공 찰 슈워젤은 단박에 475만 달러(약 61억원)를 받았다. 파격적인 대우다.

시상식에서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사우디 석유 회사 아람코는 향후 대회에서 한 라운드 54타를 치면 5400만 달러(약 697억원)를 주겠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PGA 투어에서 짐 퓨릭(미국)이 기록한 58타를 깨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다.

중계 화면은 F1 레이싱이다. 순위표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선수가 화면에 잡히면 순위표가 늘어나면서 상세 내용을 보여준다.

슈워젤 등 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를 대표하던 일부 선수들이 고향을 등지고 사우디 석유 자본과 손을 잡았다.

다수 매체에 따르면 더스틴 존슨(미국)은 타이거 우즈가 1996년부터 26년간 쌓은 상금보다 많은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들에 따르면 LIV 골프를 선택한 한 동포 선수가 출전을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LIV 골프는 개막전을 취재하는 기자를 선별했다. 우호적인 기자 다수와 비우호적인 기자 몇몇이었다. 우호적인 기자에게는 최상의, 비우호적인 기자에게는 최악의 대우를 했다.

한 기자는 질문 중 '무례하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장 밖으로 끌려 나가서 10분 동안 교육을 받고 돌아와야 했다. 

필 미컬슨 발언을 폭로한 한 기자는 물리적으로 기자회견장에서 쫓겨났다. 우연히 찍힌 사진 속에는 LIV 골프의 수장인 그레그 노먼이 찡그린 얼굴로 해당 기자를 째려보고 있었다.

취재의 자유가 산산 조각나는 순간이다. 이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사건의 배후자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는 사우디 왕세자 겸 제1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다. 왕위 계승 1순위로 자산은 8500억 파운드(약 1333조원)로 알려져 있다. LIV 골프의 배후에도 37세인 그가 있다.

LIV 골프의 표어는 '눈 깜짝하지 마라(Don't Blink)'다. 찰나에 지나가니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찰나에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개막전 전과 후 LIV 골프 출전 선언이 이어졌다. 대체로 30대 중반을 넘긴 선수들이다.

LIV 골프에 출전한 몇몇 선수는 대회 종료 후 4대 메이저 중 하나인 US오픈으로 향했다. US오픈을 주관한 USGA는 '진정한 오픈 대회가 될 기회'라며 LIV 골프 출전자들에게 문을 열었다.

미컬슨은 "9·11 테러 등을 겪은 사람들 의견은 존중하지만 LIV 골프는 올바른 선택이었다. 평생회원 자격이 있으니 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LIV 골프는 전통 남자 골프를 깼다. 이제 결정은 남자 골프 세계 순위(OWGR)로 넘어갔다.

LIV 골프를 주관하는 LIV 골프 인베스트먼츠는 10년 동안 매년 아시안 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10개를 후원한다. 8월에는 한국에서도 개최된다.

이를 통해 LIV 골프에 출전할 수 있다. LIV 골프가 OWGR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속 단체 추천서가 필요하다.

추천서는 아시안 투어의 손으로 들어간다. 한 배를 탄 것이나 다름없다.

승인은 OWGR 이사 8명(피터 도슨 OWGR 회장,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 키스 페리 DP 월드 투어 CEO, 마이크 완 USGA CEO, 마틴 슬럼버스 R&A CEO, 세스 와 PGA of America CEO, 윌 존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이사) 손에 달렸다.

LIV 골프는 세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투표 승리, 둘째는 대기 시간(12개월), 셋째는 최소 출전 인원(75명)이다. 48명이 출전하는 LIV 골프는 벌써 난관이다.

이사진 명단을 보면 알 수 있듯 OWGR의 결정은 남은 메이저 대회(마스터스 토너먼트, PGA 챔피언십,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골프 전통을 깬 LIV 골프가 골프로 규정될지, 한낱 돈놀이로 규정될지는 이들의 결정에 달렸다.
 

[사진=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