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연금개혁, 전문가에 의한 '경로 관리'가 핵심
2022-06-13 07:27
연금개혁의 열기가 뜨겁다. 우리나라는 1995년, 2000년, 2009년, 2015년에 있었던 4차례의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 1998년, 2007년에 있었던 2차례의 국민연금 개혁을 했지만, 현재와 같이 이렇게 연일 연금개혁이 거의 매일 언론에 오르내린 적은 없었다. 연금개혁 추진에 필요한 ’공론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뜨거운 연금개혁 열기가 연금개혁의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담보할 수 없다.
신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 중 제42번이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개혁이고, ‘상생의 연금개혁 추진’이 명시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국회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되므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공언했다. 이로써 신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못했던 연금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것은 분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상의 연금개혁과 관련된 보도는 연금개혁 당위성을 강조하는데 머물고 있다. 이제는 연금개혁을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구체적 개혁의 범위와 내용은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장차 2030 세대가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확보되어 있지만,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도 포함해서 해야 하는지, 신 정부 임기 중 40만 원으로 인상토록 되어있는 기초연금은 어떻게 할 것이지,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퇴직연금은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지, 최근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체계의 점검 여부 등 핵심 아젠다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연금개혁 시작을 위한 선결과제이다.
한편, 설익은 연금 개혁방안이 무책임하게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이런저런 다양한 개혁방안이 제안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덜 받고 더 내는 연금개혁을 추진한다’ 또는 이에 더하여 ‘공적연금을 약화시키고 사적연금을 확장하려고 한다’ 등과 같이 근거 없이 논란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객관적인 팩트에 기초하지 않는 주장으로 국민을 무책임하게 선동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신 정부는 연금개혁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결정한 것이 없다. 구체적인 개혁방안은 투명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 합의로 도출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정부 국정과제에는 구체적 개혁방안은 담겨져 있지 않다. 정부가 이런저런 방안을 확정해서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혹자는 연금개혁 방안은 뻔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은 ‘연금개혁은 살아있는 생물’임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연금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여론이 수렴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백인 백색의 연금개혁안 존재하고 있고, 연금개혁의 방향은 비슷하지도 않다. 세부적 내용상의 이견이 있는 정도가 아니고, 어떤 쪽은 동으로 가자고 하고 다른 쪽은 서로 가자고 하고 있다. 개혁방안 하나하나에 이견과 논란이 있지만 그중 하나의 예를 들면, 재정안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있고, 반대로 소득보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있다. 문제는 두 개의 상반된 주장이 개인적 견해 차이를 넘어 이념, 계층, 세대, 노사 등 진영간 심각한 이해 갈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