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내년 상반기 위험하다"

2022-06-10 15:00
CPI, 6월이 더 문제
WB, OECD 등 경제 전망 하향 조정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날로 커지고 있다. 날뛰는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이 경제를 좀먹을 것이란 공포다. 더구나 일부 전문가들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내년 상반기가 위험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형마트 타깃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상반기에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란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CNBC가 최근 22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CFO 다수는 조만간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CFO 가운데 과반수(68%)는 오는 2023년 상반기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 CFO는 없었다. 
 
특히 CFO들은 지정학적 긴장과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크게 우려했다. 설문조사에 답한 40%가 넘는 CFO는 인플레이션을 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외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연준의 정책(2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14%) 등 순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며 글로벌 식량 위기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는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그러면서도 경제가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CFO의 41%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올해 말까지 4%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41%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3.49%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봤다. 9일 기준으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046%로, 응답자 대부분이 국채 금리가 앞으로도 상승할 것으로 본 셈이다. 국채 금리 상승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서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주식 전망 역시 비관적이다. CFO의 대다수(77%)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3만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수준에서 9% 이상 하락한 것이다.
 
다만, CFO들 중 기업 지출을 줄이거나 고용 계획을 철회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적었다. 

36%는 내년에 회사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으며, 46%는 현재 지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18%만이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직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18%만 직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주요 기업의 CFO 22명을 대상으로 5월 12일부터 6월 6일까지 진행됐다.
 
CPI, 6월이 더 문제
5월 CPI 발표를 앞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정점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CPI가 둔화하더라도 여전히 40년 만의 최고치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6월에는 다시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의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엘 에리언 고문은 약 1년 전에 미국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다. 이날 그의 인터뷰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6월 CPI는 5월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으며 하락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8.3%)이 3월 CPI 상승률(8.5%)보다 하락했으나 여전히 40년 만의 최고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2% 상승하면서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망대로 소폭 둔화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이는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4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에너지 가격은 물론이고 식료품 가격, 주거 비용이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매우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엘 에리언 고문은 연준의 긴축 정책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했다.

연준에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선택했으면 고수해야 한다”며 “최악의 상황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다가 9월에 일시 중단했다가 다시 인상했다가, 다시 또 일시 중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미국 경제에 허리케인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은행 등 금융기관과 투자자 모두가 폭풍우에 휩쓸리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두운 경제 전망
세계 주요 기관들도 경제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실시간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하는 GDP나우는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하향 조정했다.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분위기로,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경우 경기침체로 볼 수 있다. 경기침체는 통상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한다.

세계은행(WB)은 과거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많은 국가들이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월 올해 성장률을 4.1%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단 5개월 사이에 1.2%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OECD는 올해 세계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한 4.5%에서 1.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방침이다. ECB는 이날 오는 7월과 9월에 연속해서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ECB의 주요 정책 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는 마이너스(-) 0.5%이다. 

ECB는 통화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이전의 5.1%에서 6.8%로 상향 조정했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3.7%에서 2.8%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