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파업 이틀째, 완성차 정조준…철강‧시멘트‧주류 등 산업계 피해 일파만파
2022-06-08 18:30
◆파업 전선, 완성차로 옮겨붙어…“피해 보면 법적 대응”
이날 완성차 업체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오후 2시부터 완성차 부품 수급을 방해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시장에서 완성차 판매량이 압도적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중점 공략할 방침이다.
현대차 측은 파업 예고 전 평소보다 부품 재고량을 늘렸지만 이마저도 일주일가량을 한계치로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이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물류까지 막혀버리면 차량 출고 기간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해외 수출 물량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부품 협력사들의 도미노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계약을 맺은 운송업체 19곳 중 화물연대 조합원이 절반 이상이라 대체 운송차량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동차산업을 인질 삼아 파업을 벌인 화물연대를 규탄한다”면서 “사법당국의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며, 피해를 불러오면 고발과 고소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완성차 탁송이나 부품 물류 등은 안전운임제보다 높은 운임을 지급하고 있어 화물연대 요구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물류 마비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지목된 시멘트 업계는 이날 파업 이틀째에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국 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 차량 약 2700대 중 화물연대 소속은 1000대 이상으로 집계된다. 시멘트협회는 이날 출하되지 못한 시멘트 16만4500톤(t)을 기준으로 평균 판매가를 잡으면 피해금이 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기업이 대거 들어선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도 이날부터 화물차 통행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버틸 수 있겠지만 일주일이 넘어서면 피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산신항과 의왕ICD, 인천항, 대산 석유화학단지, 울산 석유화학단지, 여수 석유화학단지 등 주요 항만과 물류기지는 전면 봉쇄돼 차량 통행이 없다”면서 “정부가 탄압 일변도로 나오면 투쟁 수위를 높여 물류를 완전히 멈추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접수를 통해 집계한 물류 파업 기업별 손실건은 총 108건에 달하고 있다. 수입 부문의 경우 △원자재 조달 차질 19건 △생산 중단 11건 △물류비 증가 13건이다. 수출 부문은 △납품 지연 23건 △위약금 발생 29건 △선박 선적 차질 13건이다.
◆주류업체, 파업 전부터 타격…편의점은 발주 제한 걸어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류업체들은 본 파업 전부터 출고에 타격을 받았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일부터 경기 이천·충북 청주 공장의 화물기사들이 운송을 거부해 제품 출고에 차질을 빚었다. 경찰이 8일 이천공장 앞에서 출고차량 운행을 방해하던 화물연대 15명을 체포하는 등 공권력 투입으로 일부 제품의 출고를 재개했으나 정상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오비맥주도 전날부터 이천·청주·광주 공장 3곳에서 생산한 맥주 물량을 출하하지 못했다. 오비맥주 물류 위탁사 소속 화물차주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해 해당 공장의 맥주 출하량은 평소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롯데칠성음료는 제품 생산과 운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파업 상황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편의점 업계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발주 제한에 들어간 상태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이마트24는 지난 4일부터 발주량을 제한했다. CU도 일부 센터에 한해 발주를 제한했다.
식품업체들은 아직 화물연대 파업 영향이 크진 않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입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리 수출 물량을 다수 옮겨둬 당장의 피해는 없다”면서도 “파업이 길어지면 수출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 대비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