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의 역설] 보험사들 언택트 강화했는데...고객 불만족 높아졌다

2022-06-05 09:00
생명·손해보험사 다이렉트채널 보험금 불만족도 설계사채널보다 2배 높아
디지털화에 중장년층 중심 금융소외 현상 심화 우려도

 

[사진=각 사]

보험사들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대면 영업을 꺼리는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사이버마케팅(CM) 등 비대면채널을 강화하고 있지만, 보험가입자의 비대면영업에 대한 불만족도는 기존 대면채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의 대면 접촉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데다, 보험사들의 비대면채널 강화 방침이 고객 편의성 확보보다는 비용절감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대면채널 보험금 불만족도 설계사채널보다 2배 높아
5일 생명·손해보험협회의 작년 하반기 보험금 불만족도 공시에 따르면, 보험사의 비대면채널 불만족도는 대면채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 기간 손보사의 다이렉트채널 보험금 불만족도는 0.22를 기록했다. 이는 손보업계 평균 보험금 불만족도인 0.15를 상회하는 수치로, 대표적 대면채널(0.12)보다는 2배 가까이 높았다. 보험금 불만족도란 보험금 청구 후 보험금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 보험을 해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보험금 불만족도가 높을수록 보험가입자의 해당 보험상품과 보험사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보업계 비대면채널의 보험금 부지급률 역시 대면채널보다 높았다. 이 기간 다이렉트채널의 보험금 부지급률은 1.73으로 전체 평균(1.63)보다 높게 나타났다. 설계사(1.45)와 개인대리점(1.29)과도 격차가 컸다.

생보사들도 비대면채널의 보험금 불만족도가 대면채널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다이렉트채널 보험금 불만족도는 0.4로 전체 평균(0.25)을 크게 웃돌았다. 설계사채널의 보험금 불만족도는 평균보다 낮은 0.24였다. 교보생명도 다이렉트채널(0.66)이 설계사채널(0.61)보다 보험금 불만족도가 높았다. 미래에셋생명은 다이렉트채널(1.37)의 보험금 불만족도가 설계사채널(0.22)의 6배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채널의 경우 보험가입 시 대면채널보다 상품 설명을 자세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비대면채널의 보험금 불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대면채널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보험업계, 비대면채널 3년 새 77% 급성장
비대면채널에 대한 보험 소비자의 불만족도가 높지만, 보험사들은 비대면채널 확대에 적극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 수입보험료 중 CM채널 비중은 5.42%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1.39%포인트 상승했다.

CM채널 확대는 손보업계가 더 적극적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국내 9개 손보사의 CM채널 수입보험료는 1조5532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던 2019년 1분기(8766억200만원)보다 무려 77.2% 급증한 액수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CM채널의 수입보험료는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기간 대면채널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15.6%에 그쳤다.

이처럼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CM채널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데는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획득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카카오페이의 최근 누적 가입자 3700만명을 대상으로 비대면채널에서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생보사들은 CM채널 확대보다는 기존 대면채널을 축소하는 추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 점포(본부, 지점, 보상사무소, 영업소 등) 수는 2159개로, 전년 동기(2885개) 대비 690개(23.9%) 감소했다. 생보사별로 보면 한화생명(565개)과 미래에셋생명(47개)이 가장 많이 줄었다. 

현재 남아 있는 점포수는 10여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2011년 4290개였던 생보사 점포는 2012년 4444개까지 늘었다. 다만 2013년을 기점으로 감소세가 시작됐다. 2013년 말 기준 생보사 점포 수는 4270개로, 전년보다 174개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는데, 이때를 시작으로 매년 점포수가 줄어들고 있다. 2014년에는 3890개를 기록하며 점포 수가 3000개대에 진입했다. 이어 2015년 3752개, 2016년 3689개, 2017년 3433개, 2018년 3318개, 2019년 3016개 등 지속적인 감소 곡선을 그렸으며, 2020년에는 2885개로 축소됐다.
 
중·장년층 디지털금융 취약…금융소외 현상 심화
보험업계의 비대면채널 강화로 중·장년층의 금융소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모바일플랫폼 사용 빈도가 낮은 중·장년층이 20~30대보다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증가한 모바일 금융서비스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장년층의 이용률이 20~30대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자(3536명)의 65.4%(2313명)가 최근 1개월 내에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9년 조사 결과(57.1%·모바일뱅킹서비스 이용경험 기준)보다 8.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중·장년층의 이용률은 저조했다. 지난해 70대 이상의 모바일 서비스 사용 선호도는 2.9%에 불과했다. 50대와 60대도 각각 36.7%, 18.9%에 그쳤다. 20대와 30대가 각각 64.2%, 65%, 40대가 53.2%에 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이 디지털화되면서 정보 격차가 벌어지고 금융사기를 당하는 시니어(중·장년층)가 많아지고 있다"며 "실제로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으로 잃은 금액이 7000억원 정도인데, 피해 건수로는 70~80대가 많지만 이들이 금융사고 시 설명을 받을 수 있는 금융기관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850만명 정도이고, 50세 이상 시니어까지 포함하면 2000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의 금융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권 전체와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