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2인자 사임, '페북' →'메타' 전환 급물살 타나

2022-06-02 14:01

메타(페이스북 모기업)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샌드버그는 하버드 기숙사 방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인 페이스북을 세계 최고 광고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로, 그의 사임은 '페이스북 → 메타'로의 완전한 전환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메타라는 거대한 배가  ‘닻’의 역할을 했던 샌드버그 없이 제대로 항해할 수 있을지다. 샌드버그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메타의 주가는 3%가량 하락하는 등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의 바다에서 셰릴 샌드버그가 배에서 뛰어 내렸거나, 배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어느 쪽이든 페이스북으로 알려졌던 이 회사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목적지로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샌드버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4년 간 근무한 메타의 CO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다만, 메타 이사회의 일원으로는 계속 남는다. 
 
샌드버그는 오랜 기간 저커버그의 오른팔로 일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합류했던 2008년 당시 저커버그는 겨우 23살이었다. 구글에서 글로벌온라인운영 부회장으로 일했던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전략부터 광고 판매, 법률 및 정책 문제 등 모든 것을 직접 다뤘다. 덕분에 저커버그는 엔지니어링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셰릴 샌드버그(왼쪽)와 마크 저커버그 [사진=AFP·연합뉴스]

특히 샌드버그는 광고 사업을 통해 소셜미디어 스타트업이었던 페이스북을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 회사 중 하나로 만들었다. 작년 기준으로 메타가 벌어 들인 광고 수익은 1150억 달러(약 143조 원)로, 전체 수익의 97%에 달한다.
 
저커버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셰릴은 우리의 광고 비즈니스를 설계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고용했으며 우리의 경영 문화를 구축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며 “그는 오늘날 메타의 많은 부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샌드버그의 사임은 메타가 메타버스에 완전히 주력키로 한 결정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는 저커버그의 지시에 따라 광고에 덜 의존하는 메타버스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실제 일부 관계자는 샌드버그가 회사의 메타버스 관련 회의에 불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샌드버그에게 보고하는 회사 직원의 비율은 최근 몇 년 간 감소한 반면 하비에르 올리반 최고성장책임자(CGO) 등 다른 임원에 보고하는 직원의 비율은 높아졌다. 하비에르 올리반은 샌드버그의 후임으로, 오는 가을께 COO 자리에 취임한다. 
 
외신들은 샌드버그 없이 저커버그가 회사를 잘 이끌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샌드버그를 잃는 것은 저커버그에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는 44% 하락하는 등 메타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타의 광고 사업은 경기 둔화, 애플의 모바일 운영 체제 변화, 틱톡과의 경쟁 심화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메타의 광고 수익은 지난 10년 간 연평균 44% 성장했지만, 올해 성장률은 6% 전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샌드버그는 회사 문제로 거센 비판에 시달릴 때마다 매우 힘들어했다고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외신은 보도했다. 최근 몇 년 간 페이스북은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 및 사용자 안전 등 일련의 논란에 휘말렸다. 고비마다 샌드버그는 집중포화를 당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2018년에 샌드버그는 소셜 미디어와 관련된 선거 개입에 대해 의회에서 증언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