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장비 국산화 선도... 상장으로 제2도약"

2022-05-31 10:08
태성 김종학 대표 인터뷰… 6월 코스닥 스팩 상장 예정
전자제품 들어가는'녹색기판'… 반도체 핵심 소재로 부상

김종학 태성 대표이사[사진=태성 제공]


 
"반도체용 기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산업도 고성능 제품 위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향후 수년간은 자동화 생산장비를 확충하려는 국내외 업체들의 투자 계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상장 이후 연구개발을 통해 반도체용 기판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공급하는 세계 최고의 PCB 장비업체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지난 24일 만난 김종학 태성 대표는 상장 이후 회사의 성장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태성은 각종 전자제품과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PCB 생산에 필요한 각종 자동화 생산장비를 전문적으로 제조하고 있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신영스팩5호와의 합병을 통해 오는 다음달 3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외산 제품 독점하던 PCB장비 국산화 성공··· '종주국' 일본에도 역수출
 
태성은 외국 업체들이 장악했던 PCB 장비 시장에서 국산화에 성공하며 이름을 알렸다. PCB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모든 전자제품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기, 대덕전자, LG이노텍 등 여러 기업이 기판을 생산하고 있지만 공정 장비는 대부분 독일과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전처리 공정의 경우 태성 제품의 점유율이 가장 높다. 주력 제품은 PCB 표면을 연마하는 정면기, 세정용 습식장비(WET 라인) 등이다.
 
김 대표는 "장비 개발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던 2000년대 초만 해도 외국 장비의 벽을 넘는 일은 비현실적이라는 충고를 들었다"며 "현재는 국내 기업 대부분이 우리 제품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최초 국산화에 성공했던 정면기의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대만 폭스콘, 중국 펑딩홀딩스(鵬鼎控股)를 비롯해 일본과 독일 기업에도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중국 법인 설립과 함께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모색했던 태성은 2019년 미·중 무역분쟁과 함께 난관에 부딪혔다. 반도체용 기판 생산을 위한 투자를 약속했던 중국 정부가 계획을 미룬 것이다. 직전 해 317억원에 달했던 제품 매출은 그 해 260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손실도 약 3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PCB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있던 김 대표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PCB산업이 다시 주목받았던 것처럼 향후에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필요성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며 "결과적으로 당시 중국 시장에 기울인 노력이 현재 매출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태성은 전년 대비 141% 늘어난 437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5% 성장한 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20%가량에 불과했던 수출 비중은 약 60% 수준까지 늘어났다.
 
◇격변기 맞은 PCB산업··· 국내외 기업 투자에 수혜 전망
 
국내 주요 PCB 생산 기업들은 반도체용 기판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과거 주력 제품이던 고밀도회로기판(HDI)의 경우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했고, 대안이었던 연성회로기판(FPCB)·경연성회로기판(RFPCB) 시장은 성장세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기는 반도체 기판 사업에 1조6000억원을, LG이노텍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심텍 등 다른 기업들이 연이어 반도체 기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이를 전자제품과 연결하는 기판 산업도 덩달아 호황을 맞이하게 된다. 김 대표는 "기존 자동차에 반도체가 2~3개 정도 필요했다면 전기차에는 300개, 자율주행차량에는 수천개 이상의 반도체가 들어간다"며 "반도체용 기판 생산을 위해 국내 기업들은 장기적 투자 계획을 잡아놓은 상태이며 중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주요 생산 기업들을 전략적으로 지원해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흐름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재편되면서 태성 역시 향후 더 급격한 매출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 반도체 기판의 경우, 같은 회사 장비로 생산 공정을 통일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도체용 기판의 전처리 공정에 필요한 장비 대부분을 일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 태성뿐이다.
 
김 대표는 "19개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반도체 기판은 일반 제품과 달리 미세한 먼지만 있어도 회로 형성이 되지 않는다"며 "생산 장비를 일원화하면 어떤 공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도 '턴키(일괄도급식 계약)' 방식의 장비 계약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태성이 자동화 설비를 공급한 중국 현지 기업은 최근 반도체 기판 생산에 성공하며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태성은 반도체 기판 전처리 과정 중 도금(물체 표면에 금속을 얇게 입히는 과정)을 제외한 모든 공정의 자동화 설비를 생산하고 있다. 상장 이후에는 연구개발을 통해 도금공정 자동화 장비도 공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도금공정 장비는 한 대에 40~50억의 가격을 형성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만큼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연구개발에 나설 계획"이라며 "3년 내에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장기적으로는 세계 최고의 PCB 장비업체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