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인플레 온도차] 월급보다 더 오르는 물가…임금 올라도 남는 게 없다
2022-05-30 05:00
정부 이번달 물가 상승률 5%대 전망
실질임금 2% 증가 "월급 빼고 다 올라"
실질임금 2% 증가 "월급 빼고 다 올라"
뛰는 물가만큼 내가 받는 월급도 오르면 괜찮다. 그러나 월급은 일정한데 물가만 오르면서 실질임금은 되레 줄어든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푸념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한은 "이번 달 소비자물가 5% 전망"
고공 행진하는 물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공급자 측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가공식품은 1년 전보다 7.2%나 올랐다. 2012년 2월(7.4%)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국수는 29.1%, 식용유는 22.0%, 빵은 9.1%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 폭이 컸다. 지난 3월 오름세가 주춤했던 농·축·수산물도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국내 경유와 휘발유 가격 모두 ℓ당 2000원을 돌파했다. 기름값은 한때 유류세 인하율 확대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하자 지난 3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뛰어넘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넷째 주(5월 22일~26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30.2원 오른 ℓ당 1993.8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미 이번 달 물가 상승률이 5%대에 이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금융기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정 기간 5% 넘는 숫자(물가 상승률)를 보게 될 것"이라며 "물가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명목임금 올랐어도 고물가에 체감 안 돼
문제는 월급이 빠르게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질임금 인상분은 명목임금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사업체 노동력조사'를 보면 지난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368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4.6%(16만2000원) 늘었다. 그러나 물가 수준을 반영한 월평균 실질임금은 359만9000원으로 2.0%(7만2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질 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다. 기저효과와 고용시장 회복 등 영향으로 명목임금(통장에 찍히는 임금)은 올라도 실질임금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쓸 돈이 없다'는 말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운이 드리우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꼬집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계속해서 치솟는 물가를 통제하지 못하면 임금 인상으로 연결돼 스태그플레이션을 본격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