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리운전 중기적합업종 지정...중기업계 "반쪽자리 상생안" 반발
2022-05-24 14:52
중기적합업종 지정 3년간 유지, "대기업 시장 확장 사실상 못 막아"
중기적합업종 무효화 준하는 고발, 생계형적합업종 추가 지정 강행
중기적합업종 무효화 준하는 고발, 생계형적합업종 추가 지정 강행
대리운전이 1년 간의 논의 끝에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의 신규 진출은 막았지만 모호한 권고로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카카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의 추가 사업 확장까진 제한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에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이 확정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신규 대리운전 시장 진출은 3년간 막히고 이미 시장에 들어온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의 시장 확장도 3년간 제한된다. 물론 이 같은 합의안은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나 벌금 등을 물어야 하는 법적 제한이 아닌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상호 합의로 지켜야 하는 권고안이다.
이 밖에 대리운전업 적합업종 합의·권고는 전화 유선콜 시장으로 한정하며, 대기업은 현금성 프로모션을 통한 홍보를 자제해야 한다. 플랫폼 영역에 대한 현금성 프로모션도 이에 포함된다.
다만 유선콜 중개 프로그램, 현금성 프로모션 등 합의서 부속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다음 동반위 본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동반위 결정은 ‘권고’인 만큼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기업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평가다.
이번 권고안에 대해 중소 대리운전업계는 “대기업에 기울어졌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리운전 중소업체들로 이뤄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이날 동반위 발표 이후 “동반위가 세부 쟁점에 대해 합의를 유예한 데다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에 그쳐 실질적으로 대기업 진입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사실상 반쪽자리 상생안”이라며 맹비난했다.
특히 지난 19일 열린 마지막 실무회의를 거론하며 "티맵이 제안한 안만 최종 본회의에 올랐다"며 “동반위가 영세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해 진정성에 의문이 들뿐”이라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이어 “우리는 우리의 집을 내준 것이다. 우리의 집을 내준 이후 거기서 살 수 있게 지켜질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로 ‘생계형 적합 업종’을 지정 신청하고, 중소·영세 사업자를 기만한 동반성장위 담당자와 대기업의 편에 선 동반성장위 실무위원회를 고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과 품목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합의에 따라 업종을 결정하고 강제성이 없는 반면, 생계형 적합업종은 정부가 지정하며 이행을 강제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순탄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심각성 등이 증명돼야 하는데, 동반위의 실태 조사 결과 아직은 대리운전 시장의 75%를 전화 콜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다고 보여서다. 또 생계형적합업종은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끝난 뒤 진행돼 사실상 3년간은 지정되기 어렵다.
한편 동반위와 대리운전총연합회 측은 이번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토대로 추후 회의를 통해 관제프로그램 인수, 콜 공유, 현금성 프로그램 등에 대한 부속 사항을 추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