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884세 먹은 은행나무 있다"...서울 최고령木
2022-05-19 11:48
서울시, "최고령木 204그루 7월까지 정밀진단"
서울시가 19일 가장 오래된 보호수 몇 그루를 소개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나무는 도봉구 방학동에서 사는 은행나무다. 수령이 무려 884년이나 됐다.
시대로 따지면 고려 인종(1122~1146년)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묘청의 난(1135년)이 일어난 지 3년 뒤에 태어났다.
이 은행나무는 1968년 서울시가 보호수로 지정할 당시 830세였다.
서울시는 긴 세월이 누적되어 역사적·보존 가치가 있는 보호수 204주의 지속적 생장 도모를 위해 7월까지 ‘보호수 정밀진단’을 한다고 이날 밝혔다.
생육상태, 병 징후, 토양의 산도·습도 등을 바탕으로 병해충 방제, 영양공급, 수형 조절 등 일반적인 유지관리를 한다.
서울시 지정보호수 수종은 느티나무 98그루, 은행나무 48그루, 회화나무 17그루, 향나무 13그루, 소나무 8그루, 기타 20그루로 총 16종 204그루다.
서울의 첫 번째 보호수인 방학동에 있는 은행나무는 지상 1.5m에서 4개의 큰 가지로 갈라졌으며 다시 중상층부에서 여러 개의 가지로 갈라져 웅장한 수형을 이루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문화재적 가치도 인정되어 서울시 기념물 제33호로도 지정됐다.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파평 윤씨(坡平尹氏)가 주축이 되어 정월 대보름날 제를 지내 왔으며, 2012년부터는 도봉구 마을 주민들이 주축인 청년회가 제를 지내고 있다.
방학동 은행나무 한편에는 조선의 제10대 왕이었던 연산군과 신씨의 묘가 있다. ‘폭군’으로 역사에 남은 그의 묘는 대군의 예우에 준해 조성됐다. 원래 폐위된 후 강화도로 추방된 연산군은 숨을 거둔 후 그곳에서 장례를 지냈는데 부인 신씨의 간절한 요청으로 중종은 은행나무가 있는 이곳 언덕으로 이장을 시켜주었다고 한다.
중구 정동에 있는 회화나무는 수령 875세다. 회화나무(875세)는 예로부터 ‘학자수’라 하여 선비의 굳은 절개와 높은 학문을 상징했던 최고의 길상목(吉祥木)으로 여겨왔다. 중구 정동에 위치한 회화나무 앞에는 1950년대부터 70년대 말까지 외국인들이 주로 투숙해 서울의 유명 사교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하남호텔이 있었다. 시설이 낙후돼 투숙객이 현저하게 줄어들자 급기야 1995년 철거되고 지금의 캐나다 대사관이 건물을 새로 짓고 이전을 했다.
캐나다 대사관은 건물을 신축할 때, 회화나무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건물 디자인 역시 나무에게 양보해 한발 뒤로 물러났으며, 터를 닦는 굴착 시기도 나무의 동면 주기에 맞춰 일부러 겨울에 진행했다고 한다.
송파구 문정동 동네 어귀의 할아버지·할머니 느티나무 얘기도 재미있다. 수령은 584세. 문정동 로데오 거리 근처 번화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묵직하게 서 있는데, 어느 쪽에서 봐도 멋있고 우람하다. 서로 손을 잡은 듯 다정해 보이는 두 나무는 옛날에 할머니 느티나무에 불이 난 적이 있는데 할아버지 느티나무 가지가 갑자기 바람을 일으켜 불을 껐다는 전설이 있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보호수 정밀진단’을 통해 보호수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시내 어르신 나무들이 천년 푸르른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더욱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