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에너지주 투자, 빅쇼트 주인공은 애플에 하락 베팅

2022-05-17 14:57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올해 들어 쉐브론, 옥시덴털 페트롤리움 등 에너지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버핏이 상품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에너지주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지난주에 옥시덴털의 주식 90만1768주를 샀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 이어 또 다시 옥시덴털 주식을 매수하며, 버크셔가 보유한 옥시덴털 주식은 총 1억 4316만주가 됐다. 이번 거래로 옥시덴털은 버크셔의 10대 보유 종목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WSJ는 "주식 시장의 폭락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나쁜 소식이었지만, 버핏과 그의 팀에는 아니다"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는 이번 주식 시장의 슬럼프를 지출을 늘릴 기회로 삼았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이 침체되고 있기 때문에 버크셔가 주식 포트폴리오를 늘릴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워런 버핏 [사진=야우파이낸스 캡처]


버핏은 그간 투자자들에게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라"라고 조언해 왔다. 그의 조언처럼 버크셔는 주가 하락세 속에서도 옥시덴털 외에 셰브론, 액티비전 블리자드, HP, 씨티그룹, 애플 등을 사들였다. 반면, 1989년부터 포트폴리오에 담아온 대형 은행 웰스파고의 지분은 정리했다.
 
버크셔는 지난 2년 간 주식 매수에 소극적이었지만 올해 들어서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버크셔가 올해 2월에 주주들에 보낸 연례 서한을 보면 지난해 1467억 달러에 달했던 현금 보유액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현재 1063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시장은 버핏의 에너지주 투자를 주목한다. 에리얼 인베스트먼트의 루팔 반살리는 셰브론과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에 대한 버크셔의 투자는 상품 가격이 한동안 오를 것이란 데 베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WSJ에 밝혔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서도 에너지주를 샀을 것이란 분석이다. 에너지주는 올해 S&P 500에서 가장 실적이 좋았다. 올해 셰브론과 옥시덴털의 주가는 각각 47%, 134% 올랐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6% 하락했다.
 
에드워드 존스의 애널리스트인 짐 샤나한은 에너지주가 배당금을 지급하는 점도 버크셔가 에너지주를 사들인 이유라고 평했다.
 
메릴랜드 대학의 데이비드 카스 교수는 긴축 정책, 느린 경제 성장, 지속적인 공급망 혼란이 시장을 위기에 빠뜨린 만큼, 버크셔가 앞으로도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주와 달리, 시장에서는 기술주에 대한 비관론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자산운용사 사이언에셋은 애플에 하락 베팅을 했다. 사이언에셋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애플 풋옵션 20만 6000주, 금액으로는 3597만 달러(약 460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은 주식 가격이 하락할 때 이익을 얻는 구조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서 20% 넘게 하락했다.
 
타이거 글로벌 등 기술주에 과감하게 베팅하던 헤지 펀드사들도 위기를 겪고 있다. 타이거 글로벌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작년 말 460억 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260억 달러로 감소했다고 FT는 전했다.

타이거글로벌은 넷플릭스와 리비안, 로빈후드, 펠로톤 등의 지분을 줄이고 데이트 어플인 범블, 에어비앤비, 디디 등 기술 회사에 대한 지분 전체를 매각했다. 타이거 글로벌의 주요 헤지 펀드는 올해 들어 손실이 43.7%에 달하는 등 휘청이고 있다.
 
헤지펀드인 써드포인트 역시 올해 1분기 동안 보유하고 있던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전체 지분과 아마존 지분 90% 이상을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