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마저 1달러 아래로…"준비금 정보 공개 못해" 시장 불신 팽배

2022-05-13 11:41

대표적 스테이블코인인 '테더'가 지급준비금에 대한 세부 정보 제공을 거부하며, 불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극심한 매도 압력에 직면한 테더는 이날 유럽 시장에서 95.11센트까지 하락하며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테더의 가격은 추후 회복됐지만 테라와 루나가 폭락한 뒤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최근의 테더와 테라의 문제가 “스테이블 코인의 취약한 특성을 부각시키면서 규제 도입 요구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테라 가격의 붕괴가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규제 당국이 크게 우려하는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짚으며 “지난 수세기 간 봐온 은행 파산과 같은 종류의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달러 등 실물자산과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이 큰 여타 코인 대비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테라와 루나 가격이 폭락하면서 이 같은 믿음은 단숨에 물거품이 됐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더. [사진=AFP·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1위인 테더는 미국 달러와 1대 1 가치를 고정하는 게 목표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금융기관에 달러를 예치한 뒤 그에 상응하는 양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가치를 유지하는 게 원칙이다.

현재 800억개의 테더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이는 8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돼야 한다는 의미다. 800억 달러(약 103조480억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 규모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금이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들 코인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감사 대상도 아니라고 FT는 지적했다.
 
테더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이날 테더의 달러 페그를 방어하겠다면서 자사가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 판매하는 일종의 단기 기업 부채인 기업어음에서 국채로 준비금을 전환하고 있다면서, 자사의 800억 달러에 달하는 준비금 가운데 국채가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FT에 “비밀 소스를 제공하고 싶지 않다”면서 400억 달러(약 51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에 대한 세부 사항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는 “전통적인 금융권에 있는 큰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정보를 내놓기를 꺼렸다.
 
또한 아르도이노 CTO는 회계감사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대형 회계사들이 평판 리스크를 두려워해 감사를 못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해 테더가 준비금에 대해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진술을 했다면서 4100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