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경제인 사면, 잘못 둔 바둑돌 될 수도"

2022-05-04 13: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위원 및 장관급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인 사면을 두고 자칫 '잘못 둔 바둑돌'이 될 수 있다며 신중을 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3일 총리 세종 공관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당시 사면 문제를 두고 오간 이야기를 전했다.

김 총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와중에 경제인만 (사면)한다는 것도…다음 정권이나 기회가 오면 더 잘 해결될 수 있는데 오히려 바둑돌을 잘못 놓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열린 주례회동은 현 정부에서는 마지막이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 사면에 대한 정·재계의 관심 속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가적·국민적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임기 말에 사면권을 남용하는 듯한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사면 판단 기준으로 '국민 공감대'를 강조해 왔다.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문 대통령의 결정을 뒷받침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에게 사면 찬반 의견(2일 공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을 물은 결과, MB 사면에 대한 찬성 응답 비율은 40.4%, 반대는 51.7%로 조사됐다.

MB와 패키지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 찬성 응답은 28.8%에 그쳤다. 반대 응답 비율은 56.9%로 2배가량 많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 전 교수 역시 사면 찬성과 반대 응답 비율이 각각 30.5%, 57.2%로 반대가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 이 부회장 사면에는 68.8%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 응답 비율은 23.5%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조치를 받았으나 여전히 취업 제한에 묶여 있다.

이에 김 총리가 "경제인 부분은 따로 볼 만한 여지가 없겠느냐"고 의중을 묻자, 문 대통령은 '바둑돌' 이야기를 꺼내면서 조심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일부 경제인만 사면할 경우 국민에게 특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 새 정부가 출범 후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주례회동 후 참모진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번 논의했고, 결국 사면은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