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반도체 시장 막히자...삼성·SK, 美 정가 로비전 세졌다

2022-04-27 17:59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K-반도체의 위상이 크게 약화되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 정가 로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공급 규제 이후 중국 시장에서 줄어든 점유율을 회복하려면, 미국 정부의 '수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이다.

27일 반도체 업계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대기업들이 올해 들어 미국 워싱턴에서 로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이처럼 미국 로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최근 미국이 제재명단에 포함시킨 중국 기업들에공급을 계속 하기 위한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재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들 중에는 기술그룹 화웨이, 반도체업체 SMIC이 포함된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2018년 대비 지난해 5.5%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만의 점유율은 4.4%포인트, 일본의 점유율은 1.8%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2019년 미국이 중국 화웨이와 SMIC를 상대로 반도체 공급을 규제한 후 대만과 한국, 아세안 6개국, 일본, 미국 등의 중국 반도체 수입 시장 내 점유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미 행정부의 압박은 생각보다 즉각적이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행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에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다는 외신 보도가 대표적인 예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에서 필수적인 EUV 반입이 늦어지면 비용 절감과 생산속도 개선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가장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미국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했는데, 해당 조직의 수장으로 이석희 사장을 내정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아예 이 사장을 회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미주사업 총괄에 집중토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사장은 미국 내 주요 ICT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한편 미국 내 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90억 달러 규모로 인수하는 빅딜 건을 성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는 이 사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입지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기대다. 그는 현재 인텔의 SSD 사업을 운영할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도 현지 인사를 강화해 미국 현지 대관 조직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DS부문 미주총괄로 시스템LSI사업부장이던 강인엽 사장을 배치했다. 미국 현지 반도체 투자 확대는 물론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현안 조율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기존 북미 총괄이었던 최경식 부사장도 DX부문 북미 총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관계 악화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사업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미국 정가에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며 “중국 내 점유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특히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