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1분기 '환율+카플레이션' 따라줬지만…2분기 불투명성 관건

2022-04-25 19:31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지만 해외 원자재 공급망 등 각종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2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의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가 판매 순항을 거듭하면서 전동화 전략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5일 현대차그룹은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당초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했으며, 기아는 영업이익이 49.2%나 폭증하는 역대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8년 만에 최대치다. 

수익 증대 핵심 요인은 RV(다목적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어난 것과 우호적인 환율에 힘입었다.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8.2% 상승한 1205원으로,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정책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원화 약세를 이끌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어 현대차그룹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자재 수입에서는 가격 인상이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이를 얼마만큼 상쇄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제네시스와 RV 라인업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대는 차량 출고 적체에 따른 공급자 우위 현상인 ‘카플레이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차량 생산 차질로 인해 만드는 족족 판매가 이뤄지면서 양사의 고부가가치 우선 생산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 제네시스와 현대차 SUV 라인업은 전체 판매량에서 지난해 1분기 48.7% 비율이 올해 1분기 57.2%까지 확대했다. 특히 ‘아이오닉5’와 ‘GV6’ 등 전기차 판매량도 같은 기간 대비 97.1%나 급증해 믹스(제품 구성)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기아도 올해 2월까지 서유럽 시장에서 전기차를 총 1만4269대 판매해 점유율 8.7%를 기록하는 등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전기차 6만3419대를 판매하며 5.4% 점유율로 6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EV6를 내세워 유럽 전기차 시장 최상위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가 2분기에도 긍정적인 상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경영 환경의 불투명성은 여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등 각종 부품 수급난에 카플레이션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부품 공급난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면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안해 고부가가치 우선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배터리 원자재 선매입을 확대하는 등 가격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3월 말 기준 국내 미출고 물량은 52만대로 전 분기 대비 29% 증가했으며, 향후 반도체 수급난 정상화에 따라 판매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기아 화성공장 'EV6' 생산라인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