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휴가지서 주4일 근무해요"…직원들 환호하는 롯데멤버스 '워케이션' 뭐길래
2022-04-25 06:00
5박 6일 속초롯데리조트에서 원격근무
3시 반 퇴근 후 휴가지에서 재충전 시간
롯데멤버스가 그룹 계열사 중 최초 시행
3시 반 퇴근 후 휴가지에서 재충전 시간
롯데멤버스가 그룹 계열사 중 최초 시행
“바다가 보이는 풍경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일을 하니까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어요.”
지난 21일 속초롯데리조트에서 만난 허주영 롯데멤버스 데이터분석1팀 팀장은 속초 바다 산책로를 걸으며 이같이 말했다. 오후 4시 모든 업무를 마치고 나온 허 팀장의 표정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허 팀장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사무실 책상에 앉으면 이미 지쳐있는데 휴가지에서 근무하니 평소와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다”면서 “일하면서도 해방감 느낄 수 있어서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워케이션 대상자는 차수별로 신청한 직원 중 공개 추첨으로 선정한다. 당첨된 직원은 속초‧부산‧제주 등 원하는 지역의 호텔‧리조트에 5박 6일간 지내며 근무하게 된다. 해당 기간에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근무하며, 금요일부터는 각자 자유시간을 갖는다. 또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인 롯데멤버스는 하루 최소 근무시간만 일하면 오후 3시 반부터 퇴근할 수 있다.
업무 보안상 근무시간에는 객실에 혼자 있는 게 원칙이지만, 퇴근 시간이나 목요일까지 근무를 마치면 가족이나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워케이션을 즐기는 직원들은 인기 있는 장소로 바다향기로(산책로)와 9층 루프탑 펍을 꼽았다. 리조트를 나오면 속초의 바다를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직원들은 업무를 마친 뒤 이곳을 걸으면 업무 스트레스는 물론, 머리를 아프게 하던 고민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허 팀장은 “특히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에게 워케이션을 추천하고 싶다”면서 “육아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는데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9층 펍은 바다를 바라보며 각종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지역 양조장과 협업한 이색 맥주는 물론 루프탑에서 바닷바람을 느끼며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실제 워케이션에 오는 직원들은 혼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업무를 마친 뒤 자연스럽게 이곳 펍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기업들의 원격근무가 일상화됐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비대면에서 대면 근무로 전환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기업 56.4%가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되면 예전 근무형태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직장인 대부분은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사무실 복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78.7%가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2%는 앞으로 입사나 이직 준비과정에서 재택근무 시행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의견이다.
롯데멤버스는 4150만명의 멤버십 회원의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을 운영한다. 회사 특성상 데이터사이언티스트나 개발자가 많다 보니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을 중시하는 직원들이 많다. 업계가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 복지혜택을 늘리고 있는 만큼, 롯데멤버스도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워케이션을 도입했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워케이션 시행으로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개발자 등 전문인력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면서 “계열사 중 최초로 워케이션을 시행하고 있는데 너무 만족도가 높아 타 계열사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