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수완박 되면 '탁억사건' 묻힐 수 있다"

2022-04-21 11:03
"검사에게 한 번 더 호소할 기회도 없어"
"노동·산업재해 사건 수사도 제대로 못 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대응을 위한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이 2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검찰청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이행돼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1987년 고(故)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등 경찰의 가혹행위를 밝히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수완박으로 국민은 준사법기관인 검사에게 한번 더 호소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의 위헌성과 검찰의 공공수사, 과학수사, 공판 각 분야에서 일어날 문제점을 소개했다. 

대검은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공공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경찰권의 비대화 가능성이 높은데 견제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검찰은 앞으로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및 적법절차 준수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검수완박 입법안이 시행되면, 1987년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같은 경찰의 가혹행위는 밝힐 수 없게 된다고 봤다. 대검은 "경찰에서 구속기간 20일을 보내고 온 국가보안법 피의자에게 강압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질문도 할 수 없다"며 "경찰의 가혹행위를 어떻게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검사가 선거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도 없고, 경찰이 수사하지 않은 선거범죄는 더 이상 처벌할 수 없다. 대검은 "(검수완박 법이 통과되면) 경찰이 현직 단체장의 선거범죄를 수사하지 않으면 검사는 수사를 못해 그대로 사라져버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검은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면 재판에서의 허위 증언도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근수 공판송무부장은 "앞으로 법정에서 증인이 거짓말을 해도 위증 수사 권한이 없는 검사는 아무런 대응도 못한다"며 "허위 증언으로 재판이 왜곡돼도 이를 시정할 마땅한 수단도 없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한 검사는 위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증인을 별도 수사해 기소하지만, 수사권이 사라지면 법정에서의 허위 증언을 잡아내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검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이익을 보는 건 범죄자뿐이고, 수사권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최성필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경찰 수사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CCTV 영상이 복원되거나 진범 DNA가 발견되는 등 핵심적인 자료가 확보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