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인권변호사’라 불리던 한승헌 변호사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민변의 원로회원인 한 변호사가 작고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57년 제8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법무관을 거쳐 1960년 법무부·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1965년부터는 검찰을 떠나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동백림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 사건, 민청학련 사건, 통일혁명당 사건 등을 변론하는 등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꼽힌다.
 
1975년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규남 의원(1929∼1972)의 죽음을 애도하는 ‘어떤 조사(弔辭)’를 기고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심 끝에 2017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어떤 조사’ 필화 사건으로 구속됐을 당시 고인의 변론을 맡았던 1차 변호인단만 104명이었고 최종 변호인단에는 129명이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고인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내란음모 사건 당시 공범으로 몰려 투옥되기도 했다. 1986년 홍성우·조영래 변호사 등과 ‘정의실현 법조인회’(정법회)를 결성했다. 정법회는 1988년 설립된 민변의 전신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인 1998년에서 1999년까지 감사원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됐을 땐 노 대통령 대리인단에 소속됐다.
 
이 밖에 한국기자협회 법률고문과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관훈클럽 고문변호사, 서울시 시정고문단 대표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하고 사법개혁과 사법부의 탈권위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