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시공사 갈등에 수도권 정비사업 분양 지연 속출

2022-04-21 06:00
아파트 공급 가뭄 심화로 청약 대기자들 혼선 불가피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으며 수도권 대형 단지 분양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2020년 2월 착공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5600억원 규모 공사비 증액 변경계약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둔촌주공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 위치한 주요 정비사업 단지에서도 여러 사유로 분양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이문1구역 재개발 사업도 분양가 산정 때문에 일반분양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래미안이 들어서는 이 단지는 전체 3069가구에 이르는 대형 단지로 공급 물량을 2904가구에서 3069가구로 늘리는 설계 변경 과정에서 분양 일정이 미뤄졌다.
 
근처 이문3구역에서는 시공사 교체 이슈가 나온 상황이다. 이문3구역 조합원들은 앞서 광주 붕괴사고로 부실시공 논란이 있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을 퇴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문3구역은 동대문구 이문동 149-8 일대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총 4321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앞서 HDC현산과 GS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또한 서초구 신반포15차 등도 분양가 산정 등을 이유로 상반기 분양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 진주 사업장은 공사 현장에서 유물이 발견돼 분양이 연기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상반기에 1만5000가구 이상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둔촌주공 사업과 이문동 재개발단지 등 분양이 연기되면서 일반분양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둔촌주공은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 중 25%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단지이며 분양이 미뤄지는 다른 단지들도 규모가 큰 상황”이라며 “최근 분양가 산정 등을 이유로 조합과 시공사 간에 갈등이 생기며 분양이 불투명해진 일이 많다”고 전했다.
 
인천에서는 시와 시행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시행사를 상대로 환경영향평가법과 도시개발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에 나섰다. DCRE가 시행하는 시티오씨엘 4500가구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 연구원은 “대형 단지 분양이 계속해서 밀리면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계속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이 부담하는 금융 비용이 커지고,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데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