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 세계화 끝나고 블록경제 오나

2022-04-18 13:54
전쟁에 美-中 블록경제 가속화
글로벌, 전쟁과 폭력의 정글 되나

소련 붕괴 후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세계화가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전례 없는 공급망 혼란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블록경제가 다시 출현할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를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나뉠 것이란 시각에 힘이 실린다. 
 
전쟁에 美-中 블록경제 가속화

 우크라인 긴급구호연대 등 관계자들이 4월 17일 서울 중구 정동 분수대에서 '러시아 규탄 및 전쟁 중단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화가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무엇보다 러시아를 세계경제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대러시아 제재가 세계화에 치명타를 가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러 제재가 시작된 후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금수조치를 실행했고,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2027년까지 중단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강대국의 최우선 과제는 비디오게임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는 각종 산업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확보하는 것이다. 양국은 반도체 기업들을 자국 내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1일 ”항공모함 갑판부터 고속도로 가드레일의 강철까지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에서 만들어지도록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더구나 이번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 디커플링이 가속화하면서 두 개 혹은 세 개의 거대한 무역 블록이 지배하는 형태로 세계경제가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세계경제는 우선 서구 지역과 중국 지역으로 점차 분리되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과 미국 사이의 외국인 직접 투자 흐름은 5년 전만 해도 연간 거의 300억 달러(약 37조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50억 달러(약 6조원)로 대폭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으로 세계 밀의 4분의1 이상을 공급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차질을 겪으면서, 중국 정부 역시 외국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인들의 밥그릇에는 반드시 중국 곡물이 채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샤오둥 바오는 "중국은 미래를 위한 기반을 계속 구축할 것”이라며 “금융의 디커플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글로벌, 전쟁과 폭력의 정글 되나
 세계 주요 기업, 연구진, 국제기구 등은 세계화가 종료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의 에드워드 올든 선임연구원은 최근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가 갈수록 분열되고 있는데 정치적 분열이 반영된 것"이라며 "경제적 통합이 정치적 붕괴의 시기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 역시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10페이지에 달하는 연례 서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해 온 세계화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다.
 
핑크 CEO는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정부들이 타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업장을 자국 가까운 곳으로 옮기며, 해외시장에서 철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공급망의 변화는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싸고, 쉽고, 가장 친환경적인 소스보다는 아마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것들에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다“라고 서한에 썼다.
 
더구나 전쟁으로 인해 각국이 군비 경쟁에 매몰하면서 전 세계가 ”전쟁과 폭력의 정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국방 예산이 6%가 아닌 20%가 될 경우 보건·복지 분야나 기후변화 대처 등이 희생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주의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전쟁과 폭력의 정글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