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철 회장 빠진 전자랜드…과징금 이어 9년 만에 영업적자 '흔들'
2022-04-18 09:54
가전양판점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SYS리테일이 지난해 9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홍봉철 회장이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SYS리테일은 공정위 제재에 이어 영업적자까지 연이은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YS리테일(이하 전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8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지만 영업손실 1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앞서 2020년엔 영업이익 66억원을 거둔 바 있다.
전자랜드가 적자를 기록하기는 2012년 영업손실 231억원을 낸 이후 9년 만이다. 전자랜드는 201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내 왔으나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지게 된 셈이다.
전자랜드는 그간 2세 편법 증여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고, 적자를 기록하던 시기에도 오너 일가가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면서 논란이 됐다. 게다가 롯데그룹에 편입된 하이마트가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면서 가전양판점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특히 홍 회장이 물러난 이후 전자랜드의 악재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홍 회장은 지난해 3월 전자랜드 대표직과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뒤 보유하고 있던 전자랜드 지분 7.44%를 장녀 홍유선 전자랜드 상무와 차남 홍원표 전자랜드 이사에게 각각 2.99%, 4.45% 증여했다. 전자랜드는 전문경영인인 옥치국 대표이사 사장 단독체제로 전환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 전자랜드는 계열사에서 부당 지원을 받은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자랜드는 2009년부터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등 재무 상태 악화로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동산 매매‧임대업을 하는 SYS홀딩스가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6595억원을 저금리로 차입해 상품 매입과 회사 운영에 썼다. 1~6%대 낮은 금리로 195회에 걸쳐 대출했는데, 계열사가 제공한 담보에 대한 대가는 치르지 않는 등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받았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결국 전자랜드는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8년 연속 자본잠식 속에서도 부도 위험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사이 전국에 점포를 100여 개 확장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행위 중지 명령, 재발 방지 명령, 교육 이수 명령과 함께 SYS홀딩스엔 7억4500만원, SYS리테일엔 16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고려제강 홍종렬 창업주의 4남 홍봉철 회장이 1988년 일본 아키하바라를 벤치마킹해 ‘서울전자유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2001년 7월 전자랜드로 상호를 변경했고, 2012년 1월에는 SYS리테일로 이름을 바꿨다.
매장 수를 늘리며 외형 확장을 꾀한 전자랜드는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뤘다. 2012년 4892억원이었던 전자랜드 매출은 2017년 5890억원, 2019년 8504억원, 2021년 8783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매출 성장에도 전자랜드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자랜드 영업이익률은 2017년 1.8%, 2018년 1.6%에 이어 2020년 0.8%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0.2%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