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보험시장 공략] 하반기 영업 개시 카카오페이손보, 업계 파장은?

2022-04-18 08:00
3700만 고객 활용, 보험시장 선점 효과 기대…미니보험 한계 우려도

[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본허가를 획득하며 디지털 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기존에 네이버와 토스 등이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보험중개서비스를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직접 보험사를 설립한 빅테크 기업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보험시장 안팎에서는 카카오의 보험시장 진출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가 3700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바탕으로 한 높은 인지도, 카카오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선 먼저 진출한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어 카카오페이보험의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카카오페이손보, 올 3분기 영업개시…보험업계 위기감 증폭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제7차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페이손보에 대해 보험업 영위를 허가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예비인가를 받은 뒤 10개월, 같은 해 12월 본인가 신청을 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카카오페이보험의 자본금은 1000억원으로, 카카오페이가 60%를 카카오가 40%를 출자했다.

앞서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올해 2월 디지털손보사 본인가를 획득하고 보험 상품 출시 준비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 초 금융감독원이 카카오페이 디지털손보사 본인가 실무 심사 과정에서 정보기술(IT) 보안 미흡을 지적하고, 카카오페이 측에 보완 작업을 요청하면서 시점이 늦춰졌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는 보험업법상 허가요건에 대한 금감원 심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카카오페이손보가 자본금 요건,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경영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서비스 준비기간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3분기 중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우선 비자가 참여하는 DIY 보험, 플랫폼 연계 보험 등 일상생활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상품을 제공해 기존 디지털 손보사들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어 순차적으로 장기인보험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상품으로는 △지인과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휴대폰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손보 출범이 가시화되자, 기존 보험사들도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공동 플랫폼인 '모니모(monimo)'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삼성금융 4개사의 가입자(중복포함)는 3200만명에 달한다. 이는 37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페이 고객과 비등한 수다.

특히 모니모의 첫 금융상품 역시 카카오페이손보가 주력으로 판매할 것으로 알려진 미니보험이 선정됐다. 삼성생명은 지난 15일 모니모의 첫 전용상품으로 '삼성 혈액형별 보장보험(무배당) 특정질병추천플랜'과 '삼성 1년 모아봄 저축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삼성 혈액형별 보장보험(무배당) 특정질병추천플랜'은 업계 최초로 혈액형별 특정 질병을 맞춤 보장하는 보장성 상품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 취향을 겨냥해 가입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소액인 미니보험으로 개발했다. 대한적십자사 공식 블로그, 국내외 연구결과 등을 참고해 혈액형별 맞춤보장을 설계했다

혈액형별로 1형(A형)은 위암·식도암, 2형(B형)은 간암·담낭암·췌장암·기타 담도암, 3형(O형)은 특정 4대 소화계질환(식도궤양,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소화성궤양)·대장암, 4형(AB형)은 호흡기 암과 급성심근경색증 및 뇌출혈이다. 다만 암 진단은 계약일로부터 90일 이후부터 보장한다. 가입 나이는 20세부터 만 64세까지며 보험기간은 1~3년 중 선택할 수 있다.

'삼성 1년 모아봄 저축보험(무배당)'은 만기가 1년인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적용이율은 연 3%다. 월 보험료 1만원부터 10만원으로 선택할 수 있어 MZ세대가 소액으로 여행경비 등 원하는 용도의 자금을 모으기 적합한 상품이다. 만기 이전에 해지하더라도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며 만기보험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가입 나이는 남성은 20세부터 60세, 여성은 20세부터 65세까지다.

◆ 미니보험 한계 뚜렷…디지털보험사 성장 정체

반면, 일각에서는 미니보험을 중심으로 한 카카오페이손보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존에 미니보험을 주력으로 한 디지털보험사들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출범한 첫 디지털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은 매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캐롯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손실은 650억원으로 전년 381억원 순손실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결손금은 1122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추진 중인 하나손해보험의 상황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나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170억원으로 전년 68억원 손실 대비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하나손보의 흑자전환은 영업이익 개선보다는 증시 호재에 따른 투자영업손익 확대 때문이다. 실제 하나손보의 지난해 보험영업손익은 697억원으로 전년 대비 44억원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투자영업손익은 666억원으로 396억원 증가했다.

기존에 보험업에 진출했던 빅테크사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 토스는 지난 2018년 11월 자회사 법인대리점(GA) 토스인슈어런스를 출범시켰다. 당시 토스인슈어런스는 업계 최초로 정규직 설계사를 고용해 비대면 영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대면 영업을 위한 위촉직 설계사를 채용하며 정규직 설계사 시스템을 폐지, 대면 영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면 영업 중심으로 성장하는 보험시장의 한계에 부딪히며 불가피하게 전략을 수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손보는 빅테크 기업의 첫 보험사 설립 사례"라며 "기존 보험업계의 위기감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카카오페이손보가 미니보험에 집중할 경우 국내 보험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페이손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양한 생활보험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사업 확장에 나서야만 한다"며 "카카오뱅크와 카카오증권 등 계열사와의 협업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