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창기 문화재단 대표

2022-04-19 06:00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 [사진=서울문화재단]



“당산나무 아래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었어요. 정식 공연장이 아니라 굿판이 벌어질 법한 공간이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에 밴드가 들어가 공연을 하면 이질감이 없고, 재미있을 것 같거든요.” 


국악인 추다혜는 최근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앞 야외광장에서 열린 '서울 스테이지11' 콘서트의 공연 중간에 이렇게 말했다. 민요를 기반으로 한 밴드 ‘씽씽’에서 보컬로 활동하다가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인 지난 2020년 5월, 무속음악인 무가(巫歌)와 밴드를 결합시킨 첫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발표한 뮤지션이다.

그는 국악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무가의 정서를 대중에게 한발 다가서게 만들었던 음악인으로 즉흥, 유희, 자유로운 감정을 한껏 뽐내던 신세대 국악인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비대면이라는 분위기에 따라 예전에 비해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고 작은 무대는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펼쳤던 대부분의 공연은 완벽한 연주환경이 갖춰진 무대이거나 대규모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단다. 이것은 관객과 영적인 교감을 이끌어내야하는 무가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공연예술의 메카인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앞의 야외광장에서 마련된 '서울 스테이지11' 콘서트에 메인 출연자로 나서게 됐다. 

'서울 스테이지11' 예술공감 콘서트가 펼쳐진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의 전신은 지난 1989년에 설립, 30년 가까이 공연예술의 중심지인 대학로에서 당산나무 역할을 해온 동숭아트센터가 있던 곳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2016년에 이 건물을 매입한 이후 새로운 대학로 시대를 열기 위한 포부로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열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공연예술의 메카를 꿈꾸기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초 서울의 문화예술을 뒤흔들 ‘3대 전략, 10대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그중 첫 번째 사업으로 '서울 스테이지11'을 주목했다. '매달 첫째 목요일이 되면, 서울의 11개 창작공간에서 동시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공감 콘서트를 펼친다' 라는 슬로건으로 올해는 100여 개 단체가 저마다의 색다른 공연을 선보일 것이다.

이 콘서트는 "그동안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당산나무 아래에서 한판을 벌이고 싶다”던 추다혜의 바람과 “서울의 곳곳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서울문화재단의 취지가 뜻을 같이한다는 것에서 남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제한이 점차 풀리면서 본격적인 위드코로나 시대로 들어서게 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서울문화재단은 본격적으로 야외행사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비가 올 가능성이 높았는데, 정작 공연 당일에는 화창한 날씨 덕분에 공연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야외 광장에 마련된 100개의 객석은 공연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들어차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관람객 접수를 받았는데, 객석 오픈과 동시에 신청이 쇄도할 만큼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공연이 진행된 시간이 오전 11시임에도 1층은 물론 상층부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난간에까지 관객들이 모이면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식을 줄 몰랐다. 이 행사를 위해 몇 개월 전부터 시범공연을 준비한 대학로센터(예술청), 연희문학창작촌, 금천예술공장의 담당자들이 동분서주하며 준비했던 '서울 스테이지11'이 세상의 빛을 발휘하던 순간이다. 이제 코로나19로 얼린 마음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서울 스테이지11'이 주는 의미를 이렇게 전하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습니다. 이 사업은 그들에게 실연무대를 제공함으로써 예술가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동안 서울문화재단이 장르별, 특성별로 운영해오던 창작공간의 레지던시(입주작가) 기능에서 벗어나 영역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에 흩어진 11개의 창작공간은 몇몇의 입주작가들에게만 알려졌는데, 이제는 서울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창작공간에서 진행하는 '서울 스테이지11'을 통해서 서울시민은 보다 많은 문화향유 프로그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서울 시민에게 문화와 예술이 있는 삶을 제공할 것이며, 일상에서 예술의 감동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예술공감 콘서트를 통해서 코로나로 상처받은 모든 이들이 마음의 치유를 받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