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정치직설] 윤석열·이재명 대리전 된 경기지사 선거
2022-04-15 00:00
대선은 끝났고 이제 지방선거다.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두고 각 정당이 치열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일반적으로 당선인에게 권력이 이동되면서 높은 국정 수행 기대감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기간은 유례없는 대결 구도가 되고 있다. 이른바 ‘유지태 현상’이다. 대선 결과 여진이 유지되고 있고 지방선거가 눈앞에 있어 진영 간 결집이 되고 있으며 태도면에서 소통, 협치, 통합보다 대결, 충돌,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상호 긴장이 완화되는 허니문이 있기는커녕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전쟁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투표 기준은 선거 구도다. 즉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여 일 만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대해 ‘국정 안정’ 성격이 더 강할지 아니면 ‘정권 견제’ 성격이 더 강하게 나타날지 여부다. 통상적으로 대선이 끝나고 난 이후 정부 출범 초반에는 대체적으로 국정 안정에 힘이 실린다.
그렇지만 지방선거가 진영 간 세력 대결의 끝판왕이 되고 있어 특정 세력에만 유리한 선거 환경이라고 단언 내리기 어렵다. 정부 권력을 쥔 국민의힘과 의회 권력을 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지방권력은 힘겨루기의 종착점이 되는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대리전 성격이 더 두드러진다.
민주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후보 중 누구를 가장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로 가장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김 전 부총리는 47.9%로 절반에 육박했다. 안민석 의원은 20.9%였다. 이재명 상임고문의 마음 즉 ‘명심’이 김 전 부총리에게 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윤심’뿐만 아니라 ‘명심’ 역시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는 곤란하다. 그렇지만 윤 당선인과 후보자의 관계, 정치적인 미래 등을 감안해 유권자들이 판단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상임고문과 후보자의 관계, 정치적인 연대 등을 포함하여 유권자들은 ‘명심’이 어디로 가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윤심’과 ‘명심’뿐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시장 선거에 영향을 끼칠 태세다. 경기지사 선거를 비롯해 어느새 이번 지방선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윤석열과 이재명의 대선 대리전 또는 대선 연장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