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베트남, 해외입국 전면 재개했지만...관광업계는 아직 '춘래불사춘'

2022-04-18 10:23

“지난해 겨울보다 여행상품 관련 문의전화는 훨씬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관광 자유화에 대한 의문점 때문에 실제 상품계약으로 들어오는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아직 관광업계의 완연한 봄이 오기엔 한창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코로나는 모든 관광업계를 폐쇄시켰습니다. 관광객이 들어오려고 해도 이제는 일할 인력 자체가 없습니다. 이를 안내할 가이드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여행사도 태반이 아직 문을 닫았고 다시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투자할 여력도 없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야심차게 해외입국을 전면개방한 지 30일. 베트남 정부가 ‘위드코로나(새로운 일상)’를 지속 추진하면서 관광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장의 상황은 아직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광 인력 등 관련 인프라가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이를 복구하기에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15일부터 일반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는 상업비행노선이 시작된 가운데,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관계자들이 관광객들을 환영하고 있다.[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인력 등 관광인프라 모두 무너져..."회복하려면 최대 수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베트남이 지난달 15일을 시작으로 관광 해외입국을 전면 허용하고 개방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정부공보(VGP)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베트남은 24개국에 일방적인 비자 면제를 허용하고 88개국을 상대로 기존의 전자관광비자 발급 서비스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해당국에서 출발하는 입국자는 코로나19 음성 또는 코로나19 완치증명서만 있다면 입국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입국격리도 음성이 확인되면 면제된다. 이제 해외관광을 위한 규정 제한사항은 사실상 대부분 철폐된 셈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러한 정부의 개방 정책과는 무관하게 관련업계는 크게 변화가 없는 모습으로 확인됐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관광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극복하고 다시 예전처럼 수익을 내기 위해선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응우옌꽁환 플라밍고 레드투어스 대표는 아주경제에 “신문 등 각종 미디어에서 보도를 보면 해외입국과 관광 개방이 크게 다뤄지고 마치 단체관광객이 대규모 방문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노이 호안끼엠, 중화 등 핵심 도심지역에 가보아도 여전히 외국인의 비율은 상당히 적고 대부분이 현지 내국인이라며 각 지역에 관광객이 미치는 여파는 거의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응우옌흐우이엔 사이공투어리스트 하노이 지점장은 “베트남 정부가 해외입국을 전면 재개방하면서 외국관광객이 들어오는 인바운드(입국)보다 오히려 베트남에서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출국) 여행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내년까지는 인바운드가 강력한 회복을 보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응우옌민만 TST 여행사 부서장은 “일부 여행업체들이 문은 열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업체가 인력을 갖추고 정상적인 영업을 못하고 있다”며 “예전 외국어가 능통했던 가이드들은 이미 다른 업종으로 전직해 새롭게 사람을 고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년(2020~2021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656개 기업 중 840개 기업이 시장을 떠났다. 또한 이 중 남은 여행사들도 대부분이 대표 1인 기업으로 사실상 간판만을 유지하는 실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이 재개된 하노이 구도심의 항마이 거리[사진=VN익스프레스 영문판 캡처]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한인 여행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간 하노이 등 한인여행업계는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철수한 가운데 불과 몇개의 여행사만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노이 최대 한인여행사인 신월여행사의 이건 대표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여행사를 운영해왔다”면서 “최근 입국자는 많아졌지만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은 그대로다. 대부분이 이전 베트남 교민들이 다시 돌아오거나 생활기반이 있는 사람들로 신규관광객은 드물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베트남사무소의 곽동현 실장 또한 “정부의 전면 재개방 이후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한국 본사로부터 단체관광객 문의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정부의 개방정책에도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정부의 지침은 개방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이를 해석하는 각 지방정부의 적용방안이 각기 달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 비자 발급비용이 다른 국가에서 비해 2~3배 이상 높고 관광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까오찌중 다낭시 관광협회회장은 “정부가 전면적인 개방 보안을 발표했지만 현재의 병목 현상은 여전히 비자”라며 “비자를 신청하는 모든 관광객이 즉시 발급되는 것은 아니며 많은 경우에 보증이 있어야 한다. 일부 사업체에는 이 서비스조차도 없어 관광객이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다어안뚜안 VCCI 부서장은 “주변경쟁국인 태국이나 필리핀은 관광객의 최대 체류기간이 90일인 반면 베트남은 통상 15일 정도가 주어진다”며 “이러한 문제는 베트남 체류의 매력을 떨어트린다. 이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절대적 비중의 한·중·일 관광객 여전히 적어...SEA 게임에 새로운 관광 동력 기대
지난 2019년. 코로나19 이전의 베트남은 1800만명의 해외관광객이 입국했다. 같은 해 한국의 해외관광객이 약 1700만명인 점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당시 베트남은 매년 여행·항공 관련 최고치를 경신하며 높은 관광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당시 베트남 외래관광객의 비중에서 한·중·일 관광객은 절대적이었다. 2019년의 1800만명 관광객 중 한국은 430만명, 중국 580만명, 일본 95만명으로 전체 비중에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3개국의 관광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응우옌안뚜안 베트남 관광개발연구소 소장은 “국제선 항공편이 재개되고 이제 국제선 여행이 가능해도 관광 수요가 회복되기까지 3분기까지 걸릴 수 있다“며 ”각국의 출입국 개방상황,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는 관련 보도를 통해 중국은 여전히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제한적인 출국을 허용하고 있다며 당장 관광객이 대폭 증가하기엔 어려운 현실이라고 짚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해외관광객 유치 목표를 5~600만명 정도로 잡고 있다. 통계청(GSO)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베트남의 외래관광객은 60만명 정도다. 지금까지 상황을 비춰봤을 때, 올해 목표치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 급감한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회복이 더딜 것으로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면한 수치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뉴노멀 시대에 발맞춰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관광 정책의 추진”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아주경제]


관련해 베트남 정부는 오는 5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제31회 동남아시아게임(SEA Games)이 관광시장 회복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EA게임은 4년마다 올리는 동남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연기됐다가 올해 다시 개최가 결정됐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시게임에는 다음달 12일부터 23일까지 12일 동안 동남아 11개국에서 7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베트남 민간항공국(CAAV)은 이번 SEA게임에 맞춰 5월부터 항공편수를 대폭 증편한다는 계획이다. 외교부와 관광부 등 관련부처도 SEA게임 응원단 등에 대해 특별 비자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스포츠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응우옌반훙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SEA게임을 계기로 베트남 관광 산업을 되살리는 첫걸음이 되고자 한다”며 “동시에 꽝닌성 관광의 해 선포, 하노이의 SEA 개최기념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향후에도 정부는 관광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