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검수완박, 형사사법시스템 근간 뒤흔들어...누구를 위한 법 개정?"

2022-04-08 13:22
"현 검찰개혁 부작용 많아...사기 당해도 검경 핑퐁, 실체 발견은 요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사진=연합뉴스 ]

대검찰청 주무과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대검을 비롯한 일선 검사들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저지에 힘을 모아달라는 호소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사법연수원 32기)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추진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검수완박 같은)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현실과 검찰 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회는 전날 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무소속)을 법제사법위원회, 법사위 소속이던 박성준 의원(민주당)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위원은 총 18명으로, 민주당이 12명·국민의힘이 6명이었다. 그러나 사보임으로 법사위 구성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었다.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에 유리하게 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이견이 있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으면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6명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는 최장 90일 간 논의한다. 안건조정위는 여야가 동수로 구성돼야 하지만, 무소속 같은 비교섭단체 의원이 있으면 3대 2대 1로 구성해야 한다. 

만약 민주당 출신 양 의원이 복당하거나 민주당과 동일한 의견을 갖는다면 결국 안건조정위 구성은 4(민주당)대 2(국민의힘)가 될 수 있다. 

이에 권 부장검사는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구도가 바뀌면 쟁점 안건을 민주당이 원하는대로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걸 지적했다. 그는 "사보임은 '검수완박' 같은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게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난해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된 사례가 있다"고 부연했다. 

권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인데 일단 검찰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며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 먹으면 한 달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권 부장검사의 글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고 내부망에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우 대검 형사2과장도 댓글에서 "검사의 수사는 경찰이 무고한 사람을 과잉수사하거나 마땅히 처벌해야 하는 사람을 부실수사한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29기)은 "소추권자가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헌법상 규정된 검사의 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 질서 파괴행위다"고 의견을 더했다. 

권 부장검사의 입장 표명 이후 검사들의 입장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32기)도 "지난 수년간 진행된 소위 '검찰개혁'은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를 해내는 그런 검찰을 만들 수 있는 개혁이 아니었다"며 "사기를 당하거나 고소를 해도 검경을 오가면서 1~2년씩 경과되고 실체 발견이 요원해지는 현실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30기)도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업무를 4월까지 끝내도록 진행하려는 시도는 누가 보더라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입법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