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준금리 4~5월 중 인상 유력...내년까지 지속되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물가 상승, 미 연준의 통화긴축 움직임 속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소 내년까지 이같은 인상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기준금리가 최대 2.2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월 총재 부재 속 금통위 ‘주목’…"국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최소 내년까지"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사상 처음으로 총재 부재 속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다. 금통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준금리를 둘러싼 전망은 여전히 분분하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를 넘어선 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5월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한은도 이달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반면 이번 금통위 회의는 의장을 겸하는 총재 없이 열릴 예정이어서 기준금리가 이달 동결되고 다음달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글로벌연구실 연구위원은 "3월 소비자물가가 급등했지만 4월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신정부 출범 등 대내외 여건 변화가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5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시장은 한은이 올해 최소 2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기준금리가 오르면 투자자금 유출, 원화가치 등을 고려해 한은도 금리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국내 경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나이스신용평가 윤재성 수석연구원은 "경기 둔화 부담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거세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수요 측 압력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 현상의 지속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202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금리 역시 적어도 2023년까지는 인상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또한 현재 선도금리계약(FRA)에 반영된 금리 수준 등으로 미뤄봤을 때 현재 시장이 기준금리를 연 2.00∼2.25%로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기준금리 연 1.25%와 75∼100bp(1bp=0.01%포인트) 차가 난다.
윤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의 가중, 금융 불균형 위험의 재발현, 예상치 못한 수급 교란 요인의 발생 등으로 실제 기준금리의 수준이 시장 전망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재정지출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영향은 금융 업종별로 상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를 전가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보유한 업종은 마진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며 "반면 한계 차주의 부실화 가능성 증가로 대손 비용이 늘어나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험 업종이 금리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증권,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우세하고 은행 업종은 중립적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한·미 금리역전? 당연하다”...중장기 지속 가능성은
한편 이같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관측 속 한·미 금리역전에 대한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여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격차가 줄거나 (기준금리가 미국이 한국보다 더 높아져) 역전될 가능성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이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은데 금리격차가 생긴다고 해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금리뿐만 아니라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하는 기대심리와 경제 전체의 펀더멘털 변화 등 여러 변수에 달려있어 반드시 자본 유출이 금방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격차가 너무 크게 나면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국이 경제 성장률이 높고 물가도 굉장히 높아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며 "이에 (한국과) 금리 격차가 줄거나 역전될 가능성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윤재성 나이스신평 연구원 역시 기준금리 인상 역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윤 연구원도 "2007년 이후 외국인 채권 투자자 가운데 장기 투자가 중심인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최근 주식시장 내 외국인 비중도 작아진 상황"이라며 "과거 사례와 최근의 추이를 고려할 때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의 유출 압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조 등을 고려했을 때 유출 발생에 대한 대응 여력도 개선됐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기계적인 대응의 필요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평 측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금리보다 한국 금리가 장기적으로 낮은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과거 역전 현상이 2년 내외의 단기간 내 해소되었듯이 금리인상 기조가 둔화되는 시점에서 금리역전 현상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