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기자본에 휘둘릴라"…'3%룰' 개정 요구 목소리 커진다
2022-04-04 17:30
비우호적 인물 이사회 진출 가능성 우려
단기차익 노린 투기펀드 경영권 훼손 걱정
주총 정족수 부족에 감사선임 부결 가능성
SM 주총서 보듯 규제완화 시기상조 지적도
단기차익 노린 투기펀드 경영권 훼손 걱정
주총 정족수 부족에 감사선임 부결 가능성
SM 주총서 보듯 규제완화 시기상조 지적도
지난 2020년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한 '3%룰'을 철폐해달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 이후 경총과 대한상의 등 재계에서는 차기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 해당 안건을 잇달아 건의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3%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인사가 차기 정부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며 제도 폐지를 바라는 상장회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룰'이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2020년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상장사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은 이사와 분리 선출해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이 제도와 맞물려 도입한 것이 바로 3%룰이다. 독립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적용하는 게 3%룰이다.
조사에 응한 상장사들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3%룰의 문제점으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이사선출이 부결될 가능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미 중소형주나 비인기 종목은 참석자가 저조해 주총 성립 자체가 어려운 곳이 많다. 여기에 3%룰로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 측 의결권을 제한하면 정족수를 충족하기 더 힘들다.
게다가 외국의 투기펀드 등이 회사에 비우호적인 인물을 이사회에 진출시킬 가능성도 상장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중장기 투자가 아니라 단기 차익에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투기펀드들이 소액주주들을 선동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이에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 등 각 경제단체는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3%룰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이 친기업·규제완화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이번이 3%룰 완화의 기회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장협은 지난달 22일 인수위에 3%룰 완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관련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난 25일 3%룰 완화를 골자로 한 '신정부에 바라는 기업정책 제안서'를 인수위에 전달했다.
한편 3%룰에 여전히 허점이 많아 규제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소액주주의 권리보호 차원에서 올해 주총 시즌은 3%룰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컸다. 코스닥 상장사 SM엔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 SM엔터의 주총에서 지분율 19%가 넘는 이수만 회장 측이 제안한 감사인 선임 안건은 폐기되고 지분율이 0.21%에 불과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장한 인물이 선임됐다. 소액주주가 지배주주와 표대결을 펼쳐 승리할 수 있던 배경이 바로 3%룰이다.
게다가 대주주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여전히 '3%룰'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8월 열린 사조산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대와 주진우 회장 측이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벌인 표 대결에서 주 회장 측이 승리했다.
사조산업 지분은 계열사인 사조시스템즈 25%, 주 회장 14%를 포함해 특수관계인이 56%를 가지고 있던 터라 3%룰을 적용해야 했다. 반면 이와 맞선 소액주주 측의 지분은 21%에 달해 이대로라면 무난한 승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주 회장 측은 보유 지분을 3%씩 지인들에게 내어주고 다른 사조 계열사들이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을 나눠 가지면서 결국 3%룰을 적용받지 않는 31%의 의결권을 확보해 주총에서 이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룰은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을 위한 장치지만, 이를 악용하려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꼼수로 3%룰을 회피하는 것도 막고, 투기자본이 3%룰을 악용하는 것도 막기 위해서는 추가보완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