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부 독립 놓고 의료계 '기대 반, 우려 반'
2022-04-05 06:00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보건복지부의 '보건' 분야 독립에 의료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보건 분야 역할이 증대되고 보건의료 분야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5%에 불과한 현실을 개선하는 선행조건 없이 보건부 독립은 무의미하다는 회의론이 맞서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조직 개편을 비롯한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보건부'의 독립 여부다.
인수위원회는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 전문성 부족이 코로나19 사태 방역 정책 실패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을 고려해 보건부를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질병청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통합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보건부 독립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찬성론이 지배적이다. 보건의료 분야를 육성하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업이 의사인 응답자의 경우 90.2%가 보건부 독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미국 사례가 대표적이다. 팬데믹 상황에 공공보건국(PHS)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컨트롤 타워가 돼 방역 정책이 결정됐다. 반면 우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 조직이 나눠져 있으니 정책 결정에 시간이 걸리고 메시지가 엇갈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부를 독립하고, 질병관리청까지 흡수·통합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간의료가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건부가 실질적으로 관할하고 정책을 펼칠 공공의료기관이 없다시피한 상황에 보건부 독립은 유명무실하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정부가 세운 보건 정책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선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지역 국립대학병원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등의 선행조건 없이는 보건부 독립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민간병원이 95%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가 운영하는 보건 자원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있는 국립대병원도 교육부가 관할하고 있다"며 "이들 대학병원을 다 보건부로 가져온다는 전제 아래서 독립은 찬성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현재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보건 분야 몫은 전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 복지 분야 예산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 보건 분야가 집행하는 예산도 의료 쪽이 아닌 바이오헬스 등 보건 산업과 관련한 것"이라며 "보건부의 실질적인 역할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부 독립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