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 발효 2개월] "미·중 갈등속 공급망 안정화 절실…자유무역 영역 확대해야"

2022-04-04 05:00
日과 첫 FTA로 큰 의미…효과 장기적
정부, CPTPP 가입 신청 카드도 만지작
농·수산업 등 피해업종 보호책도 시급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전문가들은 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시작으로 공급망 안정을 위해 자유무역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유무역 확대로 피해를 보는 업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자유무역 확대는 수급 다변화로 이어져 공급망 불안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사이에서 한국은 다양한 형태의 자유무역 집합체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무역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영향력은 약화되는 반면 지역적인 관점에서 보는 무역 형태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방향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자유무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교섭본부장은 지난 2월 'RCEP 활용 합동설명회'에서 "정부는 공급망·기술·디지털·백신·기후변화 등 새로운 통상질서 변화에 대응해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부창출형 통상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자유무역 확대 의지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세안 수출입 규모는 예전부터 컸기 때문에 RCEP와 같은 자유무역은 효과를 곧바로 기대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RCEP를 계기로 일본과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RCEP는 기존 양자 간 자유무역 협정들에 RCEP라는 우산을 하나 덮은 셈"이라며 "한국과 일본 간 첫 FTA에 의미가 있고 일본과 교역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일본과 맺은 무역 협정에서 자동차·기계 등 민감 품목은 모두 양허를 제외하고 개방 품목도 10~20년 동안 장기적으로 관세를 철폐하는 '비선형 관세 철폐' 방식으로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산업부는 "양국의 상호 민감성과 상이한 무역 구조를 고려해 RCEP 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양허 협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무역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가 아픈 곳을 내어주는 대신 다른 곳에서 이득을 봐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 간 교역에 이러한 과정이 없으면 무역 협정 결과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RCEP에서 쌀·고추·양파·사과 등 주요 민감 품목은 양허 제외로 보호하고 일부 개방 품목도 관세를 감축률을 조절해 관세철폐 기간을 충분히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농수산업 등 업계에서는 여전히 자유무역 확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9개 농어민 단체로 이뤄진 'CPTPP 저지 한국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최고 수준의 시장 개방을 지향하는 CPTPP에 가입하면 그 어떤 FTA보다도 농수산업 부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정부는 피해 산업 종사자에 대한 배려 없이 임기 내 가입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일본 후쿠시마산 농식품 수입이 본격화하면 국민의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