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판결 4년 숨긴 군인…대법 "징계시효 지나"

2022-04-03 14:04

[사진=아주경제 DB]

음주운전 확정 판결 사실을 숨겼다가 뒤늦게 적발된 육군 상사에 대해 대법원이 징계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사법기관의 처분 사실을 즉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군 인사법을 어겼지만 정해진 징계 시효 3년을 넘겼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육군 모 부대 행정보급관 A씨(상사)가 소속 사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6월 만취 상태로 약 2㎞를 운전하다 다른 차를 들이받았고, 그해 10월 대법원은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확정했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9%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사건 당시부터 처벌을 받을 때까지 군인 신분임을 밝히지 않았고, 부대 지휘관에게도 해당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민간 사법기관에서 처분을 받으면 징계권을 가진 직속 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하게 한 육군 규정의 보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뒤늦게 감사원의 통보를 받은 사단장은 2019년 말 징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보고 누락 등 복종의무 위반(지시 불이행)으로 A씨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부사관 인사관리규정 등이 규정한 보고 의무가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침해하고, 군 인사법상 3년으로 정해진 징계시효가 지났으므로 징계사유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육군 규정 보고 조항 위반의 징계시효는 약식명령 확정 사실을 보고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판단해, 2019년 내려진 징계시효가 유효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그러나 보고 누락이 있던 때 징계 사유가 발생해 징계시효도 그 시점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