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손님도 없는데 규제까지"···일회용컵 금지 첫날, 자영업자 '불만'
2022-04-01 18:36
시행 첫날, 카페 대부분 규제 안 지켜
자영업자 인건비·업무 부담 가중
다회용기 꺼리는 손님과 실랑이도
자영업자 인건비·업무 부담 가중
다회용기 꺼리는 손님과 실랑이도
4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인근 카페 매대에 다회용컵과 일회용 컵이 섞여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카페 및 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에서 일회용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 [사진=이나경 기자]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소규모 카페에서 만난 사장 김모씨(32·남)의 말이다. 김씨는 이날부터 카페와 식당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서 일이 배로 늘었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그는 “손님이 올 때마다 일일이 일회용컵 사용 규제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혼자서 할 일이 너무 많아 화장실도 못 갈 지경”이라며 “오늘처럼 단체손님이 오거나 점심시간 때 사람이 몰리면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털어놨다.
인근에 위치한 카페 상황도 비슷했다. 또 다른 개인 카페 사장 이모씨(35·여)는 “가게 손님 대부분이 직장인이라, 점심시간에 10~15분 앉아있다 이동하는데 일회용컵 사용이 안 된다고 하니 손님들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환경보호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모든 부담을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전국 카페·음식점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주들은 환경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로 장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다회용기 구입, 관리 인력 투입 등 부담만 가중됐다고 호소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카페·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번 규제는 일회용 컵과 접시·용기, 포크·수저·나이프 등 일회용 식기, 일회용 나무젓가락 및 이쑤시개, 일회용 비닐 식탁보 등 18개 품목에 적용된다. 카페 내에서 음료를 마시려면 플라스틱 컵이 아닌 머그잔을 이용해야 한다. 다만 환경부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과태료 부과 등 단속 대신 지도와 안내 중심의 계도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 안에 일회용품 사용 금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이나경 기자]
영등포동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54·남)는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한다고는 들었지만, 기준도 모호하고 당장 과태료가 부과되는 게 아니라 손님들에게 따로 안내하고 있지 않다”며 “코로나19를 이유로 시행을 중단하더니, 확진자가 20만명이 넘는 현 상황에서 시행을 재개하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주들도 환경보호 취지는 분명히 공감한다. 이번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책임과 비용을 업주에게만 부과한 것”이라며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 정부가 일회용컵 사용 제한으로 추가되는 비용을 지급하거나 고가의 친환경 생분해 컵이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