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주총] 막내리는 주총 시즌...산업계 이목 끈 '3대 모멘트'

2022-04-02 06:00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약 보름에 걸친 2022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내렸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계열사들도 상장사에 한해 정기주총을 통해 주주들과 함께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을 내렸다. 또한 기업의 지난해 실적과 향후 전략 등을 주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4대 그룹 계열사 정기주총에서 이목을 끌었던 장면 중 하나로 4대 그룹 총수와 그 일가의 사내이사 선임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24일과 29일 각각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SK㈜도 지난달 29일 개최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최 회장의 5촌 조카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되며 이사회에 합류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비치기도 했지만 이들의 우호지분이 많고 대부분 소액주주도 총수일가를 신임해 대세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주총에서 자신들의 재선임 안건이 논의되는 것을 보면서 총수들도 마음을 다잡고 다음 임기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4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현대자동차 제54기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부문장(부회장)이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과 관련해 사과한 것도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16일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GOS와 관련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의장석 아래로 내려와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GOS는 게임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스마트폰 성능을 최적화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며 “일관성 있는 게임 성능을 제공하고자 했으나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한다는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가 직접 고개를 숙이면서 GOS를 도입한 이유, 앞으로 조치 계획을 설명하는 등 고객·주주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부문장(부회장)이 지난 3월 16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마지막으로 LG그룹이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한 것도 눈길을 끈다. LG그룹은 각 계열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구성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탁된 권봉석 부회장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기존에 이사회에 포함돼 있던 LG전자에서는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다만 LG전자 외 다른 계열사에서는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하거나 사외이사가 의장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LG COO 직무를 수행할 땐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다수 기업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LG그룹이 지주회사인 ㈜LG가 기업 경영에 개입할 여지를 줄이고 계열사의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ESG(환경·사회·투명경영)가 강조되면서 LG그룹 역시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 강화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변화를 시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봉석 ㈜LG 부회장 [사진=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