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대형 자산운용사들 "국가들, 우크라이나 사태에 국내 생산 비중 높일 것"...세계화 막 내리나
2022-03-27 18:3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부족과 공급망 차질 등의 우려가 급격히 확대된 가운데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앞으로 더욱 많은 국가들이 국내에 제조 시설을 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으로 인해 경제가 세계화 흐름에서 벗어나며 재편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경험한 세계화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다고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또한 공급망이 대규모로 재편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역시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핑크 CEO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나타난 즉각적인 결과는 러시아가 자본시장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것이었지만, 이후 전쟁으로 인한 파업 효과는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과 정부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의존도를 광범위하게 점검할 것"이라며 "이에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온쇼어링이나 인접국가로 산업시설을 옮기는 니어쇼어링이 대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로 인해 "멕시코, 브라질, 미국, 동남아시아의 제조업 공장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사모펀드인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의 하워드 막스 공동 회장 역시 이번 주 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세계화 흐름이 약화되고, 현지에서의 생산이 각광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이 "국가와 기업들을 외국과의 긍정적인 관계와 운송 시스템의 효율성에 의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FT는 지난 30년간 기업들은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을 통해 값싼 노동력을 사용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등 세계화의 혜택을 누렸다고 밝혔다. 저렴한 상품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중앙은행 역시 저금리를 유지하며 위험 자산에 대산 투자를 장려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화 추세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댄 스완 운영 책임자는 "공급망 차질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심각해지고 있다"며 "수에즈 운하 사태,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사태 등은 모두 이러한 패턴의 일부"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앞다투어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유치하려는 모습과,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은 이미 탈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됐다.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를 진행하며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공장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독일은 지난주 2024년 중반까지 러시아산 가스에서의 완전한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에너지 수급처 다변화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