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전기차 가격 연이어 상승...친환경 시대 멀어지나

2022-03-27 12:2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테슬라, 중국 체리자동차 등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전기차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기차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하기까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약 일주일간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미국과 중국에서 주요 모델들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4일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너무 심각하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모두 인플레이션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트위터에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와 체리자동차 역시 전기차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야디는 지난 1월에 이어 3월에도 가격을 인상했으며, 체리자동차 역시 소형 전기차 모델인 앤츠와 아이스크림 시리즈의 가격을 올렸다고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밝혔다. 중국 전기차 샤오펑(Zpeng) 역시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21일부터 차량 가격을 인상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같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가격이 인상되면서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카플레이션의 가장 큰 이유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목되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전기차 제조 비용의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희소 금속들의 가격이 올라가며, 전기차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니켈과 리튬 등의 가격이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고순도 니켈 시장에서는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며 니켈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3개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 8일 장중 2배 이상 폭등하며 톤당 10만 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이에 LME는 1985년 이후 처음으로 니켈 거래를 중단했다. 

지난 25일에도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인사이더 기준 니켈 3개월물 선물은 톤당 3만5550달러(약 4351만원)에 마감했다.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가격이다. 반노 준이치 한와흥업 금속부문 이사는 닛케이에 "니켈 가격이 급등해 고급차를 제외하고서는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 의존하는 니켈 외에도 산업용 금속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호주와 남미가 주로 생산하고 있는 리튬의 국제 가격 역시 지난 1년간 급등했다. 에너지 가격 평가기관인 아거스미디어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탄산리튬 가격이 23일 기준 50만 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8만 위안 수준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약 6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희토류 가격 역시 올랐다. 미사일, 전투기,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모터용 영구자석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가격 역시 전년 대비 60% 이상 상승했다.

전기차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원자재 공급이 어려워지며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니켈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급등했다며, 이로 인해 전기차 판매가 둔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니켈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니켈을 재활용하거나, 니켈 광산을 더 구축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장 북방공업대학교 자동차업계 연구원 역시 전기차 가격이 인상되면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할 수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18일 밝혔다. 장 연구원은 "전기차 업체들은 마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격을 올려야 한다"며 "그러나 높은 차량 가격은 예산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값비싼 차를 기피하게 하며 판매량 증가세를 저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