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신·구 권력 충돌] 文 "다른 이 말 듣지 마라"…尹 "임기 말 인사 옳지 않다"

2022-03-25 00:00
靑 집무실 이전 문제로 촉발된 갈등…각종 현안마다 대립
역대 최장 기간 신·구 권력 회동 지연…감정의 골 깊어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에 이어 인사(人事) 문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논란까지 겹치면서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수준까지 치닫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회동 일정 조율과 관련해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달라”고 촉구하자, 윤 당선인 측은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하며 반발했다. 양측 사안마다 각자 입장을 밝히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고 있다.
 
양측 회동이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미 지난 9일 대선 이후 2주가 흘렀다. 이는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까지 걸린 가장 오랜 기간이던 9일을 넘어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윤 당선인과의 회동 일정 조율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하고, 혹시 참고 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며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윤 당선인 측은 ‘다른 이들의 말’을 지적하며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윤 당선인 측은 양측이 충돌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 ‘인사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금 임명하려는 인사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아닌, 새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할 분들”이라며 “당선인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저희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겠다”면서 “대선이 끝나고 나면 가급적 인사를 동결하고,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인사들과 함께 새로운 국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자 순리”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도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프레스다방에 들러 문 대통령이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와의 인사 갈등에 대해 직접 비판적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