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50% 급등에도 걱정 없는 전선업계

2022-03-23 15:44
오히려 매출 확대 반사이익...'에스컬레이션' 조항 덕분

지난해 국제 구리가격이 급상승했지만 국내 전선업계 ‘투톱’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가와 구리가격을 연동하는 공급 계약 조건 때문에 원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벗은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지난해 각각 6조1114억원, 1조99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LS전선은 26.5%, 대한전선은 25.1%의 양적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전선 업계는 두 회사의 매출이 큰폭으로 오른 것을 두고 ‘구리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꼽는다.

기업들은 전선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구리가격이 급변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전선공급 계약에 전선 판매가와 구리가격을 연동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포함시킨다. 이 조항으로 인해 구리가격 상승이 곧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1t은 연평균 9315달러에 거래됐다. 전년도(t당 6168달러)보다 무려 51% 상승한 규모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지난해 지출한 매출원가에는 이와 같은 에스컬레이션 조항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이 기간 두 기업의 매출원가는 각각 5조4959억원, 1조8729억원으로 기록됐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LS전선은 26.2%, 대한전선은 27.6% 확대된 규모다. 동시에 두 회사의 매출 성장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매출원가가 오른 만큼 매출이 올랐다는 것은 두 회사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상당 부분 회피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매출 확대로 인해 각종 세금비용은 늘겠지만 큰 틀에서 회사 이익에 영향 없이 양적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판매가로 연결시키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는 다른 기업들과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LS전선의 경우 오히려 230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39.7% 질적 성장도 이뤄냈다. 영업이익률 추이를 보더라도 2019년 3.5%, 2020년 3.4%에 이어 지난해 3.8%를 기록하는 등 원가 변동이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다만 대한전선은 지난해 상반기 회사가 호반그룹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경상 비용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30.2% 축소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한전선 측은 “실제로 영업이익은 하반기에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별도 기준 상반기 3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하반기 337억원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LS전선 관계자들이 강원 동해시 동해항에서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전선업계의 이와 같은 매출 확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구리가격이 올해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과 2월 LME에서 거래된 구리 가격 평균은 t당 9776달러(1월), 9941달러(2월)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2.6%, 17.5%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구리는 3월 들어서도 t당 9826~1만73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평균가격인 t당 9005달러와 비교했을 때 10% 안팎의 상승 폭을 보인 것이다.

하반기까지 이와 같은 원자잿값 고공행진이 이어진다면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올해도 영업이익률은 유치한 채 역대 최대 매출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사진=대한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