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펨테크 붐…생리빈곤부터 갱년기까지 앱으로 고친다
2022-03-26 05:00
아시아 비즈니스 리뷰
펨테크, 소녀들에 교육 문 열다
출산·폐경 등 맞춤형 애플 인기
펨테크, 소녀들에 교육 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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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을 대신 썼다." 지난 2016년 우리나라에서는 '깔창 생리대'가 논란이 됐었다. 이후 여성가족부가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 사업을 적극 펼치며, 깔창 생리대 논란은 잠잠해졌다. 그런데 지금도 아시아 전역에는 '생리빈곤'에 신음하는 수많은 소녀들이 있다.
생리빈곤(period poverty)이란 월경하는 동안 생리용품을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러한 생리빈곤에 신음하는 여성들을 위한 해결책으로 펨테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특히 아시아 전역에서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펨테크, 소녀들에 교육 문 열다
생리빈곤은 교육과 바로 연결된다. 라오스에서는 여학생 1명이 생리빈곤으로 인해 결석하는 평균 수업일이 1년 중 60일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NGO 로터스(Lotus)의 공동 창립자인 다이앤 고메즈는 "생리대가 없어서 소녀들은 생리 기간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그러나 가부장적 사회인 라오스에서 생리는 금기시되는 주제다. 라오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덴마크계 회사인 리얼릴리프의 안젤린 시그는 "내가 말라리아 퇴치나 모기장 보급 등과 관련해서 말하면 라오스 고위 공직자들은 얘기를 잘 들어 주지만 위생용품에 관해 얘기를 꺼내려고만 하면 미팅이 갑자기 끝나곤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펨테크’가 생리 빈곤을 타파할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펨테크란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월경(생리)·폐경·피임·출산 등 여성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기술을 사용한 모든 상품·서비스를 통칭한다.
초기 펨테크는 생리대, 속옷, 세제가 들어 있는 위생키트 같은 형태였다. 그러나 기술이 진화하면서 펨테크도 발전했다. 지난 2018년 리얼릴리프는 30초 내에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균 천으로 세이프패드를 만들었고, 현재 라오스, 방글라데시 등 아프리카와 아시아 1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깨끗한 물을 사용하기 힘든 아시아 빈곤 지역의 여성들이 세이프패드를 통해 감염 걱정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지난 2019년 출시한 애플리케이션(앱) Oky는 10세 이상 소녀들이 생리 주기를 기록하는 간단한 기능부터 성교육, 성폭력 대처 방안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유니세프는 Oky의 다양한 언어 버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발 여성 의료 서비스 부족…펨테크로 대체
특히 아시아에서는 그간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됐던 여성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펨테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분석 정보 기관인 펨테크 애널리틱스는 오는 2026년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펨테크 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 여성 창업자들의 자본 접근성 증가 등이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펨테크 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염병 확산으로 여성들이 양육에 전념하기 시작하면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인도의 펨테크 신생기업인 마이아바(MyAva)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에 대한 모니터링·치료 서비스를 앱을 통해 제공한다. 이 앱에는 의사 50여명을 비롯해 영양사 등이 컨설턴트로 참여한다. 멤버십 비용은 2500루피(3개월, 3만9000원)에서 1만8000루피(12개월, 28만원) 수준이다.
코로나19가 인도 전역을 휩쓸면서 병원 진료를 꺼리게 된 인도 여성들은 해당 앱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인도 역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로 인해 여성 질환을 금기로 여겨 치료를 받기 어렵다.
유엔 여성기구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관인 사라 크닙스는 "펨테크의 장점 중 하나는 여성이 얘기하기 껄끄러운 문제나 외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그러나 빈곤층 여성들은 펨테크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다수 여성은 무선 인터넷 서비스 접속은커녕 휴대폰 자체가 없다. 이들 지역에서는 부유층 여성들만이 펨테크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출산·폐경 등 맞춤형 펨테크 인기
펨테크 시장에서는 모성 및 출산 분야가 가장 많이 발전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관련 수요는 급증했다.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들이 산부인과 관련 서비스를 축소한 데다가, 산모들이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을 꺼렸기 때문이다.베트남 앱인 맘비(Momby)를 이용하면 산부인과 예약은 물론이고, 챗봇을 통해 입덧, 산후우울증, 각종 출산·육아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맘비의 목표는 아버지의 자녀 양육 참여를 높이는 것으로, 앱 사용자의 20%가 남성이다.
갱년기 여성을 위한 펨테크는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북미 갱년기 협회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12%인 11억 명에 달하는 여성이 갱년기를 겪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아시아에서는 갱년기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웨어러블 테크놀로지 스타트업인 엘로케어(EloCare)는 사용자의 체온, 혈압, 홍조 등의 증상을 관찰한 후 데이터에 기반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엘로케어의 CEO인 마벨 엔 응우옌은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증상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처방 받기는커녕 폐경 진단을 받기까지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며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그는 "펨테크가 유행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