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현장에서] '대권 무덤'에서 다시 여·야 격전지로 바뀐 경기도
2022-03-22 09:14
"경기도는 대권가도의 무덤이 아니라 꽃길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우리 정치사에서 경기도지사 출신이 대통령 후보가 된 건 두 번째지만 거기까지였다. 유권자만 1100만여명, 대한민국 인구 4분의 1이 몰려 살고 있는 지역답게 경기도지사의 위상은 대단하다.때문에 오래전부터 대권의 관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를 믿고 대통령을 꿈꾸며 선거에 나선 이들도 6명이나 된다.
민선 1기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이인제 전 지사부터, 이후 임창열·손학규·김문수·남경필 이재명 지사까지. 그리고 모두 대통령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임창열 전 지사를 제외하면 5명이 대권에 도전했지만 말이다.
3명은 당내 경선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고 또 다른 이들은 마지막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중 1995년 초대 민선 경기지사 자리에 올랐던 이인제 전 지사는 2017년 19대 대선까지 4번이나 대권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또 당적 변경과 정계 은퇴선언 번복 등을 통해 세 차례 대권 도전에 나선 손학규 전 지사도 있다.
역시 모두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이번 대선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 선언을 했지만 1월 후보직을 사퇴했다.
‘경기도지사’가 ‘대권무덤’ 이란 말이 나온 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에피소드도 존재 한다.
19대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남경필 전 지사 때문이라는 설이 그것이다.
당시 남경필 전 지사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탈당한 뒤 2017년 바른정당 후보 경선에 나섰다. 나서기 전 남 지사는 도지사 공관을 이전했다.
관사로 쓰던 부지가 과거 역병으로 죽은 서민들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결정 이었다.
대신 공관은 쉼터로 바꾼 뒤 ‘굿모닝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도민에게 개방했다. 하지만 남지사의 대권 꿈을 경선에서 무산됐다. 이후 ‘경기도지사 대권 무덤론’이 나왔다는 에피소드다.
아무튼 이재명 전 지사도 이를 피해가질 못했다.
그동안의 기타 주자들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만 다르다. 취임 직후 ‘경기도가 대권가도의 무덤이 아닌 꽃길임을 증명하겠다‘며 남경필 전 지사가 사용하지 않은 관사를 다시 고쳐서 입주 하는 등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말이다.
최근 ‘대권무덤’이라 일컫는 경기도지사 자리를 놓고 여·야 내부에서의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도는 이번 3·9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보다 이재명후보에게 5.3%나 표를 더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 민주당에서 유난히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마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도 여럿이다.
이미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다선 국회의원인 정치 중견들도 부지기수다.
지역 정가에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만도 10여명에 이른다. 일찌감치 5선의 조정식 의원(시흥 을), 안민석 의원(오산)이 출마 의사를 굳혔다. 이들은 이미 지역위원장 사퇴서를 제출하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염태영 전 수원시장은 3월 21일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거기에 김태년 의원(성남 수정),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후보와 단일화를 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후보군에 합세하며 민주당내 경선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선 무덤에서 꽃을 피우겠다는 국민의 힘 경기지사 출마 예상자는 더 많다.
여당이 된 탓도 있지만, 과거 지사들의 성향이 전통적으로 보수인 점을 감안해서인지 4년만의 탈환이라는 목표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당내 강박관념도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안철수 인수위원장, 유승민·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 등 거물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환 대통령 당선인의 특별고문,국회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함진규 전 의원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전 의원도 고민 중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 한창 바쁜 김은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대변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등도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인 경기도민들 한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서도 그렇지만 각 정당별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출마하고 공천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는 정치현실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정당의 필승 카드가 누가될지 관심도 없는 분위기다.
이를 보면서 ‘지방자치는 중앙정치 들러리 아닌 내 고장 일꾼 뽑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방선거는 중앙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심판’이 이뤄지는 중간평가가 아니라, 지방정치인에 대한 ‘주민의 선택’이 이뤄지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