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니를 동남아 전기차 판매 거점으로…배터리 소재 확보까지 '일석이조'

2022-03-16 19:40
니켈 매장량 세계 1위…협력 효과 기대
동남아 맞춤 전기차 핵심역할 맡을 듯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6일 현대자동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전기차 '아이오닉5'에 서명을 하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6일 인도네시아 생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면서 현대차의 동남아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는 인니 공장을 발판으로 아세안 시장의 전기차 판매 확대는 물론,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과 리튬 등의 원활한 확보도 이뤄질 전망이다. 인니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니켈 보유 1위 국가다.

현대차 인니 공장은 2019년 말 첫삽을 뜬 후 2020년 5월에 공장 건설을 완료했다. 올해 1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 소형 SUV 모델 ‘크레타’를 우선 생산하고 있다. 당초 준공식은 차량 생산과 발맞춰 1월에 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날로 연기됐다.

인니 공장 첫 번째 생산 차량인 크레타는 2015년 인도에서 현지 전략형 모델로 선보인 이후 인도 국민차 반열에 오를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아 인니 시장에서도 조기 안착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현대차는 크레타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연내 ‘싼타페’, ‘아이오닉5’, 소형 MPV(다목적차량)를 추가 생산해 라인업을 확대한다. 특히 아이오닉5는 인니 정부의 핵심제조업 5개년 계획에 부응하면서 동남아 시장의 전기차 확대라는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니 정부는 올해를 전기차 생산 원년으로 삼을 정도로 전기차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의 제조 위탁에서 벗어나 자국의 전기차 역량 강화부터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2025년까지 자국의 완성차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인니 정부의 이러한 요구를 간파하면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인니 시장 점유율 1위인 도요타는 올해 하이브리드 모델 중심의 친환경차 판매 계획을 밝혔지만 전기차는 아직까지 생산 모델이 정해지지 않았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특히 현대차는 이번 인니 공장 가동을 계기로 니켈과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를 대거 확보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니켈 확보국으로 전 세계 9400만톤(t)의 니켈 매장량 가운데 약 2100만t을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인니 정부는 최근 니켈과 리튬 등 전기차 광물 자원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니켈 수출량에 제한을 걸었다. 자국 내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목표로 정부와 국영기업이 합작해 전담 기업을 세우는 등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니 정부와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광물 자원의 선점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준공에 들어간 배터리셀 공장은 2024년부터 배터리셀 양산에 들어간다. 원자재 수급은 대부분 현지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현대차는 인니 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를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할 계획이다. 차후 호주 등 오세아니아 지역부터 중동까지 수출 확대를 검토하며, 완성차와 별개로 연 6만대에 육박하는 CKD(반제품 조립)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일본차가 반사이익을 본 것과 같이 현대차가 동남아 특성에 맞춘 틈새 공략에 나선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동남아 지역은 고온 기후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효율성 면에서 크게 유리한 시장이라 현대차의 선점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16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