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한화손보, 의료자문 활용한 '보험금 부지급률' 가장 높아

2022-03-07 15:34
일부 손보사들 의료자문제도 악용…보험금 지급 거절 비판도

[사진=등급]

 
D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이 의료자문을 활용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비율이 업계 평균의 2배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거부 수단으로 의료자문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지난해 의료자문제도를 활용해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비율이 전년 같은 기간(4.73%)보다 4.92%포인트 상승한 9.65%에 달했다. 이는 손보업계 평균인 3.2%를 세 배가량 상회하는 수치다. 

의료자문제도란 보험가입자가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신청했음에도 보험사가 이를 재감정해야 한다며 다른 의사에게 다시 소견을 받는 절차다.

이 기간 DB손보는 1751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한 뒤 169건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DB손보는 이어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한 비율도 11.88%에 달했다. DB손보가 의료자문을 활용,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액을 줄인 비율이 21.53%에 달한다.

DB손보에 이어 한화손해보험(6.91%)과 MG손해보험(6.35%), 메리츠화재(5.87%), KB손해보험(4.33%)도 의료자문을 활용한 보험금 부지급률이 업계 평균보다 높았다.

한화손보의 경우 지난해 593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한 뒤 보험금 지급을 41건 거절했다. 한화손보는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한 비율도 14.33%에 달했다.

MG손보는 지난해 614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한 뒤 39건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한 비율은 30.04%였다. 

[자료=각 사]


메리츠화재와 KB손보는 각각 1466건과 2101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했다. 이 중 보험금을 거절한 건수는 각각 86건, 91건이다. 의료자문 후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한 비율은 각각 32.81%, 11.95%였다.

일각에서는 일부 손보사들이 의료자문제도를 악용해 고객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사들이 제3의료기관을 통한 의료자문 의뢰 시 재심의 등 피해구제절차를 안내하도록 하고 보험가입자와 함께 병원을 선정해야 하지만, 이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보험가입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 자문 병원조차 알려주지 않는 사례가 많다. 

실제 지난해 금융소비자연맹이 보험사별 의료자문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보험사들은 연간 8만건의 소견서를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뢰했고, 이들에게 의료자문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원가량을 지급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름을 숨긴 채 의료자문을 한 의사 1명의 경우 연간 618건의 의료자문을 받아 모두 1억1662만원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영업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사업비 감축이 손보업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며 "일부 손보사들이 의료자문제도를 활용해 보험금 누수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