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위 '자리싸움' 격화…보수단체,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 상대 고소
2022-03-05 12:08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집회 방해' 주장하며 종로서에 고소장 제출
보수단체와 정의연 등 수요시위 주관 단체가 '평화의 소녀상' 주변 자리싸움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보수단체가 수요시위 참가 단체를 고소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64)는 전날 서울 종로경찰서에 평화나비네트워크(평화나비) 회원 20여명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평화나비는 정의연 주관 수요시위에 연대하는 대학생 중심 단체다.
김 대표는 집회 장소로 먼저 신고한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앞 인도를 평화나비 회원들이 지난 2일 점거하고 집회를 방해해 집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평화나비 회원들은 1일 오후 '평화의 소녀상' 인근인 이 자리에서 3.1운동 103주년 대학생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에 참여한 뒤 곧바로 철야농성에 돌입해 다음 날 오후까지 해당 장소를 점거하고 집회를 했다.
김 대표는 "경찰이 선순위 신고자가 집회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피고소인들은 후순위 신고자임에도 이를 거절하고 집회를 이어갔다"고 했다.
반면 평화나비는 당시 집회가 수요시위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며 고소장에 적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유림 평화나비 사무국장은 "우리가 후순위 집회이기는 했지만 신고를 마친 정식 집회였다. 경찰과 소통한 뒤 선순위 집회를 보장하기 위해 농성장을 축소하기도 했다"며 "수요시위가 계속해서 공격받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학생들이 수요시위가 안정적으로 열렸으면 하는 마음에 농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의연은 보수단체 고소에 맞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의연의 정기 수요시위는 1992년부터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열렸으나, 2020년 6월부터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집회 장소를 선점한 탓에 소녀상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이에 지난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수요시위 현장에서 벌어지는 혐오 발언 등 인권침해를 국가가 방치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는 "수요시위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운동"이라며 종로경찰서장에게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보수단체들은 구제조치를 권고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했고 소녀상 주변으로 집회 신고를 확대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정의연 주관 수요시위는 소녀상과 약 70m 떨어진 길 건너편 찻길에서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