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대출 재연장' 금융당국, 신평사와 차주 옥석 가린다

2022-03-07 05:00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당국이 이달 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재연장 조치를 앞두고 신용평가사(CB)와 함께 취약 차주를 파악하기 위한 경영·재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3월 중순으로 예정된 4차 연장 방안 발표에 앞서 자영업자의 경영과 재무 상황에 대한 미시 분석을 통해 대출자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만기 연장·상환 유예 연장 방안 마련을 위한 사전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다. 신평사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미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업종별·업력별·연령대별로 분석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 취약 차주를 가려내고 금리 인상, 부동산 가격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대입해 이들에게 미칠 충격과 대응 능력을 스트레스 테스트로 살펴본 후 맞춤형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은행연합회에서 주최한 은행장 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차주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면밀한 미시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자영업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 방안을 금융권과 논의하며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정상화도 시야에 두고 우리 금융권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는지 건전성·유동성·수익성 측면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만기 연장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신평사와 같이 시뮬레이션을 하며 검토하는 중이라고 들었다"면서 "금융당국에서 안이 나오면 시중은행·제2금융권과 함께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권에선 이자 상환 유예 조치만큼은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에 가려져 부실채권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가 비상중앙경제대책본부 회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지원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액이 약 28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 제2금융권 등 전 금융권에서 지난해 12월 말까지 지원한 만기 연장 잔액은 270조원, 원금 상환 유예액은 14조3000억원, 이자 상환 유예액은 2400억원이다. 이자에 숨은 원금도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의 평균 대출금리(연 3.14%)를 적용하면 이 정도 규모의 이자는 3조8200억원의 원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합치면 전 금융권에서 288조3600억원에 달하는 잠재 부실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여러 기관에서 대출을 끌어 쓴 다중채무자들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 다중채무자는 27만2308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2019년 말보다 2.1배로 늘었다.

김영일 나이스평가정보 리서치센터장은 앞선 '소상공인 부채리스크 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 지속 연장 시 부실 위험이 과도하게 누적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대응 금융지원정책은 되도록이면 정상화하되 회복 지연 업종, 피해 소상공인 등에 대해서는 유동성 지원 등과 같은 맞춤형 지원 조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