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사들이 구글, 넷플릭스 등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콘텐츠 전송에 사용하는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구현모 KT 대표는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2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최근 개최된 이사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GSMA는 전 세계 통신사업자가 참여하는 글로벌 통신 협의체다. 구 대표는 통신사 최고경영자(CEO)급 고위 임원으로 구성된 GSMA 이사회 일원이다. 

구 대표는 "망 이용 대가와 관련해 GSMA 이사회 산하에 여러 연구 그룹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정책 그룹인데, 정책 그룹에서 CP가 망 투자에 대해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망 투자를 통신사업자 혼자 했는데, 앞으로는 글로벌 CP도 망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담을 하게 되면 그만큼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지금까지 통신사업자가 망 투자를 하면 이용자에게 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담 방식으로는 정부가 펀드를 조성하고 CP가 투자해 통신망 구축 비용을 지원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GSMA가 CP에게 망 이용 대가나 투자비용을 강제할만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부를 통하는 방식을 고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CP가 발생시키는 모바일 트래픽이 (전체의) 40%가 되기 때문에 투자를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구체적으로 세 가지 방안이 논의됐는데,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를 만들고 글로벌 CP가 돈을 내는 형태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보고서가 올라왔다. 이를 이사회가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GSMA가 통신사업자의 연합체이기 때문에 통신사업자들이 컨센서스를 이룬 것"이라며 "통신사업자가 의견을 모았다고 해서 당장 실행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망 투자는 통신사가 사실상 전담해왔다. 그러나 최근 동영상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세계적으로 망 이용 대가 또는 투자 비용 분담에 대한 통신사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 대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 재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스브에 '2300만 한국인들은 500만 넷플릭스 가입자를 위해 더 많은 인터넷 요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기고문으로 한국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럽 4대 통신사 도이체텔레콤, 오랑주, 텔레포니카, 보다폰은 유럽연합(EU) 의회에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에 대해 네트워크 인프라 비용 분담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GSMA 이사회에서 망 이용 대가에 대한 전 세계 통신사 간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망 투자 비용 분담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