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선택과 집중' LG전자, 태양광 패널 접고 IT·로봇 사업으로 재편

2022-02-23 10:27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합리·실용주의 경영이 연초부터 빠른 사업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안될 사업은 신속히 정리하되, 될 성 부른 사업은 과감하게 키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만년 적자 행진을 해왔던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한 철수한 데 이어 이번엔 태양광 셀 및 모듈(이하 태양광 패널)도 완전히 접기로 했다. 대신 태양광 패널 사업을 관장해온 BS사업본부가 IT(모니터, 노트북 등)·ID(사이니지, 상업용 TV 등·로봇 사업 등 신사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업체 저가 물량 공세로 시장 점유율 1%...계속된 적자

LG전자는 핵심사업과 미래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태양광 패널 사업의 방향성을 놓고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고, 결국 지난 22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최종 사업 종료는 오는 6월 30일이다. 다만 A/S 등 필요 물량을 감안해 올 2분기까지 태양광 패널을 생산한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해 N타입, 양면형 등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며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는 등 시장과 사업 환경의 악화가 지속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특히 중국업체들의 물불 가리지 않는 저가 물량 공세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LG전자 태양광 패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머물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해 왔다. 2019년 1조100억원대 매출은 2020년 8000억원대로 하락했고, 향후 사업의 불확실성도 지속되는 추세다. 
 

태양광 패널을 지붕으로 만들어진 LG전자 구미공장 [사진=LG전자]



◆기존 인력 900여명 신속 재배치

LG전자는 태양광 패널 사업 관련 국내 600여명을 포함한 에너지사업부 직원 900여 명에 대해서는 재배치를 진행한다. 재배치는 직원들의 역량과 의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타 사업본부 및 LG 계열회사의 인력 수요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타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직원들에게는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들이 새 근무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IT·ID·로봇 등 포트폴리오 재편, 성장 가속화

LG전자는 이번 태양광 사업 종료를 기점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한층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우선 태양광 패널 사업이 속한 B2B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는 △IT(모니터, 노트북 등) △ID(사이니지, 상업용 TV 등) △로봇 사업 등에 집중하는 한편, 사업본부 및 전사 차원의 신사업을 검토, 육성할 계획이다.

신사업의 경우 사내벤처, CIC(사내회사) 등 혁신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역량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적 협력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LG전자는 ESS(에너지저장장치, Energy Storage System)와 빌딩에너지관리솔루션인 LG 비콘(BECON)을 포함해 진행중인 에너지 관련 사업과 연구개발은 지속한다.

생활가전, TV 등 기존 주력사업에서는 하드웨어 중심이던 사업 체계를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분야까지 확대하며 고객가치 및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26년간 이어온 휴대폰 사업을 종료했다. 자동차부품 사업에서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 Co.,Ltd)을 설립하는 등 신사업 추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