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이재명 대 윤석열', 대선 이후가 걱정이다
2022-02-20 14:21
어느덧 20대 대선도 12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유세전의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고, 여론조사 결과들이 발표될 때마다 희비의 쌍곡선이 그려지고 있다. 각 후보의 지지자들은 유세장에서 혹은 SNS 공간에서 지지 후보를 치켜세우고 반대 후보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린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한껏 달아오른 열기와는 달리 착잡하고 고민스러운 마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찍을 사람을 찾지 못하겠다.”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누가 당선되든 앞날이 걱정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소리를 듣던 이번 대선은 마지막까지도 별다른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하지 못한 채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진영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갖는 회의적 시선의 요체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된들 나라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에 대한 예의는 아니겠지만,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여야의 두 후보에 관해서만 얘기해보자.
그렇지 않아도 이재명 후보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불같은 리더십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어느 국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 자신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자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며 입을 막으려 했던 것은 대표적 일화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즉각 반격에 나서곤 했던 것이 이 후보의 평소 모습이었다. 그런 이 후보의 리더십과 국회 180석이 결합되었을 때 과연 협치의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형수 욕설 등 대통령감으로서 인성과 품격에 관한 문제들, 대장동 의혹과 법인카드 의혹 등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각종 의혹들은 이 후보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낳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재명이 아니라 이낙연이 민주당 후보였다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세간의 얘기는 이 후보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윤 후보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로 우리 정치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문제의식을 보여준 적이 없다. 편하고 익숙한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함께했을 뿐 우리 정치를 바꿔보려는 담대한 변화를 추구한 적이 없다. 국민의힘 또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의 반사이익을 등에 업고 있을 뿐 자신의 변화를 통해 신뢰를 얻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집권이 과거 실패했던 보수정권 시절로 회귀하는 데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겨난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윤핵관’들에 둘러싸여 새로운 질서에 대한 국민 여망을 간과한다면 실패했던 이전 정권들과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이 재집권하게 될 경우 국가권력의 독식에 따른 민주주의의 실종이 우려되고,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를 하게 될 경우에는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 사이의 극한적 대결 정국이 우려된다. 그 어떤 상황이든 민심에 외면당한 민주당이 환골탈태할 기회도, 새로운 대안적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한 국민의힘이 혁신할 기회도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3월 9일 밤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라와 정국의 앞날이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이번 대선이 무엇보다 참담했던 것은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대정신이 자리했어야 할 자리에 온갖 마타도어와 네거티브 행태들이 가득 차 있던 광경이었다. 상대를 악마로 여기며 공격하던 현실에서 과연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승자와 패자가 모두 공존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선거가 끝나도 극한 대결의 정치는 머지않아 재현될지 모른다. 대선보다도 대선 이후가 더 걱정되는 시간에 우리는 갇혀 있다. 누구의 승패를 떠나 대선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저렇게 유세장에서 하이킥과 어퍼컷만 하고 있는 후보들을 보노라면, 속들이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왜 걱정은 언제나 우리들의 몫이어야 하는 것일까.